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16
지금 들리는 이야기
Editor. 이수언
약속 시각이 남아 근처를 배회하다가 작은 책을 파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촘촘히 진열된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문고판 시리즈 중 눈에 띈 작은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었다. 고전으로 익숙한 책이자 학창 시절 허영심으로 빌린 후 몇 장을 읽지 못하고 포기했던 그 책이 할 일 없었던 그 순간 보인 것이다. 운명처럼 이 책은 지금 읽어야 한다는 막연한 계시가 느껴졌다. 『월든』은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2개월 동안 홀로 숲에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경험했던 자연주의적 삶을 담은 에세이다. 담담한 어조로 그가 말하는 철학과 삶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필사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자 모든 것의 원천인 숲 속에서 헨리 데이비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최소한으로 소박하게 온전히 지금을 살아갈것. 왜 지금 이 조언이 내 앞에 다가온 걸까. 과거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지금 들리기 시작한다. 이것은 필시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