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Special: 특별기획
지구별 여행자들의 책
에디터: 유대란, 박소정
아트디렉터: 신사랑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매일같이 지옥철에서 산소 부족현상을 체험하면서도, 수당 없는 야근과 철야에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면서도, 우리가 일상을 견딜 수 있는 건 여행이라는 희망이 있어서다. 짧게 보면 일 년의 며칠, 길게는 은퇴 후 몇 년이라는 시간은 전체 대비 좀 박한 감이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순간을 사랑하고 염원한다. 여행에서 휴식, 감성, 지혜 등 원하는 바를 얻는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런 게 없더라도 괜찮다. 여행에서 돌아온 당신에게 일상과 그것의 지루한 풍경을 이루던 것들이 조금이나마 낯설어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행을 결심한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그 다음은 여행 가이드북을 찾아보는 일이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여행 가이드를 뒤적이다 보면 어떤 것이 ‘절대반지’인지 알기 어렵다. 이럴 땐 자신의 성향과 여행의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 나는 지도를 많이 활용하는 사람인지, 친화력이 좋아서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 다닐 자신이 있는지, 먹으러 가는 여행인지 쇼핑하러 가는 여행인지 등을 되묻다 보면 당신만의 ‘절대반지’가 튀어나온다.
인터넷을 쓸 줄 알면 세상의 거의 모든 예술품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머나먼 곳을 찾아가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화면에서는 볼 수 없는 ‘깊이’ 때문이다. 원근감이나 입체감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아우라’라고 해두자. 이 ‘아우라’가 사실은 예술의 전부일 수도 있다. ‘아우라’를 찾아가는 여행들을 모았다.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불안해가는 현실에 좌절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그 시련을 통해 세상을 사는 유연함을 키워나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길이 잘 닿지 않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오지로의 여행은 아마 이런 인생의 모습과 닮아 있어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누구도 택하지 않았던 길을 택하여 예상치 못했던 찬란한 순간을 맞이했을 때의 그 감동은 우리가 불확실하더라도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