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를 의심해보게 하는 단어 ‘중독’. 알게 모르게 우리는 삶에서 많은 중독의 경험을 한다. 중독에 빠진다는 것은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는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인이 외로움이나 소외가 되었든, 과한 욕심이 되었든, 일상에서 채울 수 없는 일탈이 되었든, 한 번 발을 들여놓고 그 악순환에 허덕이는 것에 대해 ‘나약함’이라는 말로 비판하기에 중독의 세계는 훨씬 복잡하고 거대하다. 현대 사회는 중독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져 자신이 중독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을 중독에 빠지도록 조장하거나 그 심각성을 몰라 방치하는 사회 분위기와 대중 매체라는 사실이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쉽게 빠져버리는 중독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려면 우선 중독의 다양한 종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다.
Dependency by Giovanni Presutti
이탈리아 사진작가 지오바니 프레수티의 사진 작품 속에는 우리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축적으로 묘사된다. 그의 사진 속에서 우리는 현실과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이루는 ‘이상한 세계’를 목격한다. 그런데 그 이상한 세계란 곧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다. 지난 20년간 아틸리아 사진작가들은 과거의 진부한 표현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를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바라보며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사회는 아이러니하고 나약하지만, 절대 인간의 힘으로 쉽게 파괴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프레수티 역시 거대한 사회의 틀에서 살아가며 무언가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문화와 이러한 종속성으로 벌어지는 풍경을 사진 속에 담는다. 그의 사진 속 장소와 인물들은 모두 연출되고 패션화보에 자주 등장하는 색상과 톤으로 구성되지만, 동시에 강력한 진실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그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바라보며 어쩌면 공감대를 느끼고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모든 사진을 바라 본 뒤 머릿속에 드는 걱정이나 심각성은 결코 쉽게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와 사회의 자화상이며 그것으로 인해 연쇄적으로 작동하는 수많은 사회 활동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오바니 프레수티는 사진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중독에 대해 비판하거나 문제를 과장하여 두려움을 심어주려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존에 삶을 기대는 우리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게 함으로써 마음에 작은 알람을 울릴 뿐이다.
‘의존’이라는 주제로 작업한 그의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섹스, 마약, 담배, 알코올, 전자기기, 도박에 삶을 내맡긴 중독자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중독이라고 단정해버리는 것들 외에도 많은 삶의 요소들이 중독과 연관되어 있음을 다른 사진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종교와 책, 공부와 일, 수집품들, 어린 시절의 기억, 동물, 등에 강하게 의존하는 사람들로 이들 또한 엄연히 중독의 범위에 들어간다. 심지어는 자신을 영화나 만화 속 캐릭터로 꾸미는 사람들의 심리 또한 중독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물질과 사상, 감정까지도 중독에 노출시킨다. 그만큼 중독은 삶에 만연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중독자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중독자들로 내몬 것일까? 어쩌면 힘에 부치는 세상살이를 잘 작동시키기 위해 사회가 고안해낸 최면술이나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덫과 같은 장치는 아닐까? 세세하게 따져보면 원인 제공자들은 개개인의 삶을 이와 같이 잠식시키며 항상 승리를 거둔다. 우리는 종교, 사랑, 예술 등 좋은 느낌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많은 객체의 이면을 한 번쯤은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세계에 의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선택은 언제나 그러하듯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어느 광고 문구처럼 그 선택은 우리의 긴 시간과 모습을 좌우할 것이다.
지오바니 프레수티는 1965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그곳에 거주하고 있다. 1998년에 플로렌스 미술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 사회와 현대인을 주제로 하는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뉴욕, 파리, 런던, 로스앤젤레스, 밀라노, 로마, 토리노, 나폴리, 생페테르부르크 등의 대도시에서 작업하고 그 지역의 갤러리와 미술관 등에서 수차례 전시를 가졌다. 그는 패션 사진과 같은 화려하고도 세련된 색감으로 현대의 이미지를 묘사한다. 현대인의 감성과 초상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기 위한 매체로의 사진은 더욱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그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주제로 다양한 문제를 담은 사진 작품을 여러 예술 비엔날레와 사진 비엔날레에 출품했으며, 유럽에서 열리는 다수의 사진 어워드에서의 수상 경력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