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History 책 속 이야기: 역사

조선일기, 『하멜 보고서』

에디터: 김지영 / 자료제공: 보물창고

조선을 유럽에 알린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을 아는가? 제주도에 난파하여 생존한 스페르베르호의 승무원과 선원들에게 일어난 일을 적은 기록물 『하멜 보고서』 덕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가 그를 기억하고 있다. 헨드릭 하멜의 보고서에는 그들이 노예처럼 보내야 했던 조선에서의 생활은 물론이고 외부인으로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평화롭기만 하던 어느 날 제주 해안가에 해괴한 차림새로 나타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남성들. 그들의 조선탈출기는 꽤 흥미진진하다.
푸른 눈에 금발 머리 남성들의 등장 : 해상무역의 황금기라 불렸던 16세기.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1653년 상선 스페르베르호를 일본으로 보낸다. 배는 동인도연합회사의 거점이었던 바타비아부터 타이완까지 무사히 항해했지만, 타이완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길에 태풍을 만나 표류하다가 제주도에 이른다. 배가 완전히 부서져 버린 상황이었기에 선원들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몇몇은 심한 부상을 당해 생사를 오갔고, 또 다른 몇몇은 굶주림에 기력이 쇠해 한 발짝 떼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해변을 따라 걸으며 혹시 살아남은 이가 더 있는지, 묻어주어야 할 시체가 있는지 찾아다녔다. 배에 올랐던 64명 중 산 사람은 겨우 37명밖에 되지 않았다.
슬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선원들은 천막을 치고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정오가 다 되어 갈 무렵, 한 남자가 해안가에 나타났다. 그를 발견한 선원들은 도와달라며 손짓했지만, 남성은 서둘러 달아났다. 그런데 다음날 정오가 가까워지자 병사로 보이는 (아이들과 말 탄 남자들을 포함해) 1~2천 명의 사람이 그들 주위를 여러 겹으로 에워쌌다. 병사들은 하멜을 포함해 선원 네 명을 데리고 지휘관에게 데려갔다. 선원들의 목에는 종이 달린 쇠사슬을 채웠다. 병사들은 선원들을 지휘관 앞에 억지로 무릎꿇려 마치 자신들이 우위의 존재인 양 행동했다. 하멜의 기록에 따르면 지휘관 앞에 고개 숙인 자신들 모습을 보며 병사들은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선원들은 지휘관에게 손짓, 발짓으로 “야판Japan” 즉 일본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의사를 전달할 수 없어 결국 병사들과 함께 다시 천막으로 돌아왔다. 생김새와 쓰는 언어가 달랐던 탓에 서로 경계했던 조선인과 선원들은 그제야 서로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선원들이 해변에서 거둬온 포도주와 베이컨을 나눠 먹으며 더없는 우정을 표했다.

December18_InsideChaeg_History_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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