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젊은 감독이 기억하는 애정의 『키노』

글: 장우진 / 에디터: 유대란

99권. 『키노』는 100권을 채우지 못하고 2003년에 폐간됐다. 그래서 더 아쉬운 잡지가 됐다. 당시의 자칭 영화 마니아든 영화업계 종사자든 『키노』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나 인상은 비슷할 것 같다. 이런 공통된 인상은 형이상학, 작가주의, 카이에 뒤 시네마와 같은 꽤 어려운 용어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끌렸던 사람도 있었을 테고 개중에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학구적인 기사의 밀도와 전문성에 질려 나가떨어졌던 독자도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 젊었던 90년대를 회상하며 떠올리는 추억의 아이템이 됐지만 『키노』가 남긴 유산은 분명히 추억거리 이상일 것이다. 『키노』는 춘천에서 유년기를 보낸 내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비디오 가게밖에 없던 당시, 사업을 하시던 부모님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나를 위해 비디오 가게에 월 10만원이라는 꽤 큰 선금을 내주시고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보게 해주셨다. 일종의 정액제 같은 거였다. 나는 장르를 불문하고 가게에 있던 거의 모든 영화를 섭렵했다. 대부분이 할리우드 영화였다. 그러다가 지겨워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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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다가 ‘저 인물이 죽겠구나’ 하면 정말 죽었고 ‘저기에 폭탄이 숨겨져 있겠구나’라고 하면 어김없이 거기서 폭탄이 터졌다.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이 지겹게 읽힐 때쯤 비디오 가게가 변하기 시작했다. 비디오 가게는 이제 비디오만 취급하는 데가 아니었다. 잡지, 만화책, 소설책이 들어왔다.

그렇게 『키노』를 만났다. 그리고 할리우드가 아닌 곳에서도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다른 국적의 감독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급함을 채웠다. 용돈이 생기면 『키노』를 사고 새로운 영화들을 다운받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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