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anuary·February, 2016
전략적 투사되기
Editor. 이수언
세상의 중력을 모른 채 오직 나와 친구, 가십과 가족밖에 모르고 둥둥 떠다니던 시절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세상의 부당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밖에 할 수 없는 나의 소시민적 모습이 보였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착한 게 좋은 거다라는 틀에 박힌 미덕으로 친구와 싸워본 적도 없던 나는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잘 화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이번 달 주머니에 넣은 책은 『어떻게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을 것인가?』다. 혹시 주머니에서 빠진 건 아닌가 싶어 주머니를 더듬거려볼 정도로 가벼운 책이지만, 푸코를 연구한 철학자 심세광의 냉철하고 예리한 논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길밖의길에서 나온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로, 2015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신자유주의의 폐해의 산물인 메르스 사태를 푸코의 권력론과 통치성 개념에 빗대어 진단한다. 저자는 푸코의 비판의 첫 번째 정의인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는 기술’을 통해 시민들이 비제도적인 조직을 구축해 정치의 장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자신이 선한 자들의 편이고 유일한 진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토대로 타인을 설득하고 싶다는 태도를 취할 것을 권한다. 즉 잘 싸운다는 건 과열된 마음으로 악당을 물리치고자 방망이든 국자든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칼을 가는 마음으로 사태에 침잠하여 공부하고 힘을 길러 전략을 가다듬는 방법임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