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장소의 기억과 기억의 장소, 이진아기념도서관

에디터: 지은경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전 세계에는 많은 도서관이 있다. 멋진 건축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서관, 희귀한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가진 도서관, 첨단 정보 시스템을 갖춘 도서관, 사람들의 쉼터이자 놀이공간이 된 도서관 등. 각자 저마다의 특징과 자랑을 가진 도서관들이 많고도 많다. 『Chaeg』의 출발과 함께 시작한 ‘특별기획—세계의 도서관을 가다’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 아프리카에 있는 크고 작은 도서관들을 소개해왔다. 그와 더불어 이달에는 코소보 등 책을 만나기 어려운 지역에서 일어난 작은 도서관의 움직임도 소개한다. 2년간 전 세계의 국립, 시립, 공공 도서관들의 투어를 마치고 이달에는 대한민국의 도서관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쉽게도 한국의 도서관은 세계의 여느 도서관과는 달리 그저 개인과 작은 소규모 단체가 뜻을 모아 도서관을 건립하거나 책을 기부하거나 빌려주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안에서도 국립도 시립도 아닌 한 개인의 안타까운 이야기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다.

멀리는 북한산, 그리고 가까이는 인왕산과 안산이 둘러싸고 있는 서대문구에는 가볼 만한 장소가 세 곳 있다. 우리 역사의 증인과도 같은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 그리고 2005년 문을 연 이진아기념도서관이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기부에 의해 설립된 공공도서관이다.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도서관이지만 도서관의 건립은 한 가족의 슬픈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사랑하는 딸 ‘이진아’가 2003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자 그녀의 가족은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평소 책을 좋아하던 그녀를 위해 도서관을 짓자고 생각한 가족은 서대문구에 도서관 건립기금을 기부했다. 이진아의 생일인 9월 15일에 개관한 도서관은 이후 활발한 책 읽기 활동과 도서관 문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해마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서울 시장상을 받고 도서관 현장 발전사례 공모 국립중앙도서관장상을 비롯해 우수한 도서관으로 선정되는 곳에도 빠짐없이 이진아기념도서관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한국건축문화대상(우수상) 및 서울특별시건축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서관은 지하 1층과 지상 4층의 규모다. 외관은 차곡차곡 쌓인 붉은색 벽돌과 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견고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따뜻한 이미지를 더한다. 외장재를 벽돌로 선택한 이유는 현재 모뉴먼트로 남은 서대문형무소와 담장, 주변 자연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고, 벽돌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모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벽돌은 오랜 세월을 겪은 형무소 담장의 시간적 무게와 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4cm 내쌓기를 시도했다. 이는 기존 형무소의 담장과 근처 인왕산을 강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서관의 공간은 ‘기억의 적층으로서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이 공간 구조는 서대문형무소로부터 유추한 것으로, 형무소 담장이 폐쇄와 단절, 분리의 의미에서 이제는 관조의 대상이 되었듯이 감옥의 통제와 기능에 충실했던 주변의 공간 구조는 주변을 향해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 공공 도서관의 구조로 변이된다. 즉 같은 평면타입이라 할지라도 공간의 스케일과 햇빛에 의한 직사광과 간접광, 그림자 등의 변화에 의해 다양한 층에서의 시선 교환이 가능하고 도서관 및 문화의 집, 그리고 이용객들 간의 소통을 이루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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