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op & the City 세상의 모든 책방
잃어버린 그림책을 찾아서,
에디터: 최남연,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읽는 책 속에서 그림이 사라졌다. 글만 빼곡히 들어찬 책만 들여다본 지가 어언 10년, 이번에 그림책방들을 찾아다니며 세상에 이토록 색깔이, 모양이, 이야기가, 모험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마들렌을 먹고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은 프루스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잃어버린 그림책을 되찾고 싶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개성 넘치는 서울 속 그림책방에 들러보길 권한다.
2016년 5월 합정역 부근 문을 연 이곳은 책방과 갤러리, 스튜디오를 겸하는 복합 공간이다. 직접 책을 만들기도 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소량 생산된 국내외 독립 출판물이나 예술 서적도 소개한다. 일반적 형태의 단행본이 아닌 특이한 모양의 책, 하드 케이스가 있는 책, 크기가 손바닥만 한 책 등 낯선 모습을 한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점 공간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복도 왼편에는 조그만 전시실이 있고, 제일 끝방은 작업실이다. 이곳에서 북 바인딩, 판화, 드로잉, 팝업북 등 책 제작과 관련한 여러 수업을 연다. 대량생산이라는 틀 안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새로운 디자인, 종이, 인쇄, 제본을 거친 출판물들을 직간접적으로 소개하는 B플랫폼의 B는 ‘책Book’ ‘아름다운Beautiful’ ‘제2안Plan B’ 등을 뜻한다.
석촌호수 바로 앞에 자리한 책방으로 지난 해 12월 문을 열었다. ‘디퍼런트’는 기존 책방과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 작가들의 대표작뿐 아니라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싶은 책방지기의 바람이 담긴 이름이다. 디퍼런트는 세 책장을 두고 세 가지 주제로 큐레이션한 책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그림책Classic picture books,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Favorite books for boys, 과학과 자연 분야의 책Science & Nature이다. 과학을 전공하고 두 남자아이를 키우는 양혜진 대표가 본인의 경험을 녹여 직접 선정한 책들이니 믿고 구매해도 좋다. 국내서보다는 외국 서적이 많으며 책과 관련된 장난감, 가방 등 상품도 판매한다. 또,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등 시기와 어울리는 주제들로 엮은 책과 상품을 가운데 둥근 테이블에서 선보인다. 북클럽, 북파티 등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진행한다. SNS로 공지하고 신청받는다.
올해 1월 용산구 사운즈한남 지하에 새로 생긴 그림책클럽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며 8세 미만 어린이는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책장에 기대거나 바닥 혹은 계단에 자유롭게 앉아 그림책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어디든 털썩 자리 잡고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면 된다. 그림책을 읽다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거나 잠깐 휴식이 필요하다면 크레파스, 색종이, 테이프, 풀, 에어캡 등 다양한 미술 도구와 재료를 구비한 크래프트룸에 가보자. 수업이 없는 날에는 누구나 자기만의 창작물을 마음껏 만들어 볼 수 있다.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와 마켓이 바로 옆에 위치해 하루 종일 머무르며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실컷 보기 좋다.
보라매역 근처에 위치한 향기나무는 꽃집인 줄 알고 들어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식물로 둘러싸인 벽돌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다. 분당에서 오랫동안 미술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던 최문정 대표가 영등포로 자리를 옮겨 2017년 9월 문 열었다. 거부감이나 망설임 없이 누구라도 와서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건물 바깥뿐만 아니라 책방 안 곳곳에 식물을 놓았다.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과 어우러져 안에 들어서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향기나무는 그림책방과 카페를 겸해 학부모와 아이를 위한 미술치료를 진행하는 스튜디오다. 수업 일정은 블로그에 공지한다. 구체적인 물음을 갖고 방문하면 도움 될만한 그림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
동네 친구로 지내던 세 엄마가 의기투합해 만든 책방 겸 공방. 세 책방지기의 취향이 모두 달라 폭넓은 범위의 그림책을 소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이를 키우기 전 각자 하던 일의 전문성을 살려 바느질, 도예 등 여러 수업도 연다. 책방의 일등 손님은 단연 책방지기의 아이들이다. 자녀들과 함께 시험 삼아 만들기 수업을 진행해보고, 반응을 참조해 내용을 수정할 때도 많다. 들여오는 책 역시 일단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으로 고른다. 책방 이름은 노랑색이 갖는 활기찬 이미지가 좋아 ‘노른자’라고 지었다. 동네 아이들이 언제든 편하게 들러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이자 주위 끼 많은 엄마들이 모여 함께 책 읽고 공부하는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세 책방지기의 바람이다.
이루리 동화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방으로 공덕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2014년 은평에 처음 자리 잡았다가 올해 2월 더 넓은 곳으로 이사했다. 책방 이름은 그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인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에서 따 왔다. “행복은 살 수 없지만, 그림책을 살 수는 있다”는 작가의 말이 책방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보인다. 이처럼 그에게 그림책은 곧 행복이며, 이 행복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그림책방을 시작했다. 아내 이순영 씨는 책방 바로 옆에 사무실을 둔 그림책 전문 출판사 북극곰의 대표다. 덕분에 프레드릭북스에서는 그림책 작가 또는 그림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은 이라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수업이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블로그를 참조하면 된다.
금호동의 한 초등학교 뒷길, 파란 간판이 눈에 띄는 이곳은 타로 카드로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방이다. 정해심 대표가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시절 그림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던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자 문을 열었다. 여기에 타로를 더해 따듯한 위로의 말을 들려준다. 타로점을 봐 주는 ‘타로톡’과 타로톡 결과에 따라 읽어보면 좋을 그림책 한 권을 선물하는 ‘그림책톡’을 진행한다. 각각 4가지, 6가지 질문을 할 수 있으니 누군가에게 상담하거나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 전화나 포털사이트에서 미리 예약 후 방문하면 되고, 이 시간에는 다른 손님을 받지 않으니 조용한 책방 안에서 오롯이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원하는 책을 골라 서로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낭독 모임도 열린다. 매달 초 신청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