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20
인생의 변화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Editor. 전지윤
글은 말보다 느리지만 친절하고 명확합니다. 듣기 싫은 말은 귀를 닫으면 그만이지만, 글은 오히려 반추할 시간을 줍니다. 법정스님은 좋은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고 했지요. 그러려고 읽어요.
나는 비타민 보조제를 구입하지 않는데, 잘 챙겨먹지 않아서 결국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시간을 잘 맞춰 복약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약한지 잘 잊고 만다. 대신 뭐든 빠지면 잘 끊지 못한다.
습관은 그 행동을 하는 데 있어 몸과 정신력이 따라주는지 생각하거나 고민할 필요 없이 하는 것이다. 그만큼 삶의 일부분이 되어 그냥 하는 것이다.
나는 밤잠이 없고 아침잠이 많은 ‘올빼미형 인간’을 자처했지만, 실상은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3월, 3학년이 되는 아이는 지금도 저녁 8시 30분이나 9시에는 잠자리에 들고 눕자마자 곧 잠이 들어 숙면을 취한 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꽤 건강한 수면 습관을 갖고 있다. 이렇게 수면 패턴이 다르니 일찍 일어나야 하는 엄마는 피곤할 수밖에 없다. 아이와 리듬을 맞추려면 커피를 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작년 10월 즈음부터 커피를 끊었다. 한때 카페인 중독자로서 커피를 대체할 것이 필요했는지 나는 생강차, 레몬차, 자몽차, 계피차 등 각종 차를 마시게 되었다. 확실한 것은 내가 더이상 그 좋아하던 커피에 대해 금단 현상이 한 번도 없고 잘 자게 되었다.
좋은 습관을 계발하는 과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같은 과정이다.
모름지기 실용서란 취미, 요리, 인테리어와 같이 라이프스타일에 관련한 주제 중에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나 배우고자 하는 것들을 쏙쏙 뽑아 보기 좋게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곁들어 요약 노트처럼 정보와 편의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실용서를 구입하는 이유는 모르는 것이 생기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데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어렵고, 또 직접 부딪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기 이전에 대략적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그런데 내가 의심을 품는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자기계발과 처세술이다. 지당하고 합당한 내용 일색에 자기 복사와 서로 복사를 한 듯 비슷한 내용으로 가득한데 나왔다 하면 베스트셀러가 된다.
‘지금 바로 써먹는 10가지 습관 혁명’이라는 문구에 ‘아마존의 3대 베스트셀러’ 라니 궁금해 모두를 위해서.
그간 내가 읽은 윤이형의 성장 궤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 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그리고, 사람은 신이 아니야. 누구도 일주일에 7일, 24시간 내내 타인의 고통만 생각할 수 없어. 너는 그렇게 할 수 있니? 너도 그럴 수 없는 걸 왜 남한테 요구해? 그리고 현재로서 단독 저자로는 마지막 책일 확률이 높은 장편소설 『붕대 감기』에 와 비로소 어떤 티핑포인트가 읽힌다. 해결의 실마리랄지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점 같은 게 보인다. 『붕대 감기』는 10명 정도 화자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는 옴니버스 형태 소설이다. 또한 드물게도 이들의 목소리와 삶이 서로 영향을 맺고 있고, 실제로 교차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해미, 은정, 지현, 진경, 세연, 윤슬, 경혜, 형은, 명옥, 효령, 세이. 나이, 직업, 재산, 학력, 가정환경 등 각기 처한 입장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 여성이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유형의 ‘고통’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이들 간의 우정을 그리고 연대로 나아간다는 점이 더 반갑다. 왜 반목했고 같은 문제에 대한 태도가 달랐는지, 무엇이 오해이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투쟁이 아닌 화해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대의 모양새를 띤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여성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짜나가야 할 ‘태피스트리tapestry’의 형태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은 뭔가 다른 게 있으려나.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연 습관을 ‘혁명적으로’ 개선하였을까. 그래서 자기계발서 구입을 감행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말고 오픈 마인드로 따라 해서 좋은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따라 해 보자’고 타일렀다.
뇌가 ‘싫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습관을 들이기 쉽게 만들어라.
이 책은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일곱 장에 걸쳐 독자를 설득한다. 도대체 좋은 습관이라는 것을 왜 가져야하는지 설명하고, 과학적으로 뇌가 이러한 습관 형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지 알려주며, 특이하게도 동기부여와 의지력이 습관을 유지하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독자들을 다독인다. 그러면서 열 가지 습관을 일상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다음 장에 행여 실패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일곱 가지 원칙을 보충해 준다. 그래도 역시 자신 없어 하거나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필자 자신과 유명한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Jerry Seinfeld가 하는 작은 습관들을 알려준다. 또 따라 하면 좋을 스물세 가지 작은 습관을 제시하여 마지막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많은 독자들은 고무되고 자신감을 되찾아 좋은 습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 또 같은 주제의 다른 자기계발서를 서점에서 마주할 것이다.
책 속에 필자인 데미안 자하라아데스는 주옥 같은 어록을 쏟아내는데, 이를 읽고 있다 보면 정말 나도 좋은 습관을 새로 갖고 평생 유지해서 건강도 지키고 삶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투지가 타오를 것만 같다. 그러나 저자가 아무리 의지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결국 시작하고 습관이 자리 잡을 때까지 그게 당분간이라도‘작은 습관’을 실행하는 순간마다 의식적으로 스스로 다독이고 격려해야 할 필요는 있다. 자기계발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나 자신’이 실천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필자가 인용한 조지 패튼 장군General George Patton이 말했듯이 “오늘 적극적으로 실행한 좋은 계획은 내일의 완벽한 계획보다 훨씬 낫다”. 결국 내가 팔굽혀펴기를 열번, 스무 번 제대로 못 하는 것보다 실천은 해보지도 않으면서 근사하고 완벽한 계획만 세우다 지쳐 또 다른 자기계발서를 구입하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