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시간에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야릇한 탄식 소리와 살색이 메우는 화면에 정착했다. 머지않아 이어지는 화면에는 난데없는 액션이 등장하고 스토리는 발칙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갔다. 성에 관한 스토리지만 은밀한 감이 전혀 없고, 시종일관 웃음이 나왔다. 파안대소를 터뜨리자 곤히 자던 반려견이 깨서 꼬리를 흔든다. 고요하고 외로웠던 시간이 유쾌함으로 젖었다. 어느 새벽 시간을 이토록 유쾌하게 바꿔놓은 건 바로 애니메이션 『누들누드』였다. 단골 비디오 가게에서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대여할 수 있었다는 이 성인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는 90년대 말을 뜨겁게 달궜다. 작가의 이름은 몰라도 『누들누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작품의 원작자 양영순이 1995년부터 1997년까지 한 성인지에 연재하던 단편들을 모아 5권의 단행본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 『누들누드』는 50만 부가 팔리며 초대박을 터뜨렸고 1998년과 1999년에 두 차례에 걸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남성의 성기나 전라의 여성이 거의 매 편에 등장함은 물론 성행위를 직.간접으로 암시하는 내용이 과감하게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