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우리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키즈엠
노란 햇볕이 드는 거실에서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읽던, 가끔은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부모님이 읽어주던 동화책. 부모님의 음성을 듣고 따뜻해졌던 우리의 마음이 아직도 기억 속 아련한 무언가로 남아 있다. 동화는 이토록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쥐여줄 동화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그 기준이나 가치가 모호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이 좀 더 좋은 내용의 동화를 읽었으면 싶은, 좀 더 그림체가 좋은 책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숲이 아무 쓸모 없다고 생각하던 부족해 씨는 어느 날 나무를 베고 강을 메워 도시를 만들기 시작한다. 가로등과 우체통을 세우고, 물을 저장했다가 사용할 수 있는 급수탑도 만들고, 전기를 들여오기 위해 철탑도 세웠다. 부족해 씨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길을 더 길게 만들어 주유소와 다양한 가게들을 만들고, 높은 건물을 짓는다. 은행, 우체국, 식당, 호텔, 병원 등 도시에 필요한 모든 걸 짓는다. 결국 부족해 씨는 없는 게 없는 환상적인 도시를 완성한다. 어느 날 부족해 씨의 도시에 푸른 박새 한 마리가 여기저기에서 잔가지들을 가져와, 제일 높은 건물에 작은 둥지를 짓는다. 그런데 박새가 집을 짓자 도시 전체가 흔들리더니 모든 건물이 느닷없이 무너져버린다. 도시가 무너지고 나서야 부족해 씨는 자신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부족해 씨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최근 20년 동안 벌채, 금 채굴, 팜유 플랜테이션을 위한 불법적 산림 파괴로 오랑우탄 서식지의 80%가 사라졌다. 세계자연보호기금에 따르면 숲이 파괴되는 가장 큰 원인은 팜유 산업 때문이다. 시간당 축구장 300개 면적의 열대우림이 팜유 개발을 위해 파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5년 안에 야생 오랑우탄이 멸종할 거라고 경고한다. 오랑우탄만이 아니라 수마트라코뿔소나 수마트라호랑이 등 수많은 멸종위기 생물이 20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멸종 동물이 늘어날수록 자연의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칠 테고, 그 변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미칠지 예상하기 힘들다.
지구에 인간이 나타나기 전부터 자연 안에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했다. 동물과 식물이 그 예인데, 인간보다 먼저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기에 그들 각각에겐 주어진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다.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 인간이 마치 주인인 양 숲을 파괴하고 동물들을 오갈 곳 없는 신세로 전락시킨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 역시 인간이 자초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부족해 씨는 숲을 없애고 그 자리에 도시를 만들었다. 무분별하게 파괴된 숲을 복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이 나무를 심어 숲을 복구할 수는 있지만, 그 숲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물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야만 가능하다. 다람쥐 한 마리가 도토리를 땅에 파묻는 행동처럼 사소하지만 필요한 역할 말이다.
부족해 씨가 숲과 자연이 동물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인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으면 좋았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