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일상생활의 좌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자연을 신화로 위장하곤 한다. 우리가 가장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경험은 대중 관광이다. 거대한 현대 사회의 풍광 속에서 우리는 그 안에 남은 자투리 장소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조차도 어쩌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 그런 거야, 이게 정상이야, 누구든 그렇게 해”라고 말하며 사람들의 뇌리에 뿌리를 내리는 허상. 실은 이 모든 것들은 전혀 괜찮지 않다. 누구든 달라야 하고, 세상에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목가적인 풍경을 이루던 한 시골 마을은 순식간에 산업을 위한 주택 개발 단지나 공업 단지로 변모하고, 거대한 슈퍼마켓에 의해 압도되곤 한다. 사람들은 그 속에 남은 약간의 물과 나무, 흙에 만족하며 그 곁에 머무는 것이 마치 대자연 속 대단한 휴식이라도 된 양 여긴다. 과연이 소박한 마음이 마냥 좋을 수 있을까? 완벽한 세상을 위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산업으로부터 내몰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필요에 따라 적절한 복원력을 통해 변형된 체마 살반스 Txema Salvans의 사진 속 장소들은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햇빛 아래서 약간의 자유 시간을 즐기는 분위기를 위해 전혀 환대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작가의 관심을 끄는 것은 포스트 산업 사회에서 생성된 미비한 여가 공간이다. 사진 속의 모든 상황은 초현실적 진부함을 불러일으키고 그 안에서 유발되는 우스운 느낌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모든 장소는 비슷해 보이며, 인물들 뒤로는 약속이나 한 듯 거대한 산업이 마치 사람들을 그곳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듯하다.
작가는 두 가지 수사학적 장치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첫째, 개별 피사체가 지닌 표현보다 그 안에 큰 흐름을 이루는 장면과 환경이 드러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거리를 둔다. 둘째, 대부분의 사진은 해변이나 바다 근처에서 촬영된 것으로 바다는 수영, 낚시, 모래 위에서 노는 사람들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작가는 물과 등장인물 사이에 서서 사람들 등 뒤로 그 시선을 두기 때문에 바다는 사진 속에서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등을 돌리고 싶어 하는, 보기 싫은 전망이다. 무언가에 등을 돌린다는 것은 마치 그것이 거기 없는 듯 아예 무시하는 행위다.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그저 등을 돌린 채 눈앞에 존재하는 미약한 이상향에 매달려 마치 그것이 진정한 삶인 양 살아간다. 착각 속에 살면서 현실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괜찮다고 자기 암시를 끝없이 되새김질하는 우리가 농장의 우리 속 가축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살반스의 작업은 일시적인 낙원의 파편에서 환상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집단적인 망상에 대해 말하는 듯하다.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는 다른 낙원이 가능한지 좀처럼 알 길이 없기에, 콘크리트와 공장 사이에서 찾아오는 잠시의 평온함과 행복함에 만족할 뿐이다. 혹은 이 망상에 너무 잘 길들여진 나머지 이러한 삶이 곧 켜켜이 쌓이는 완벽한 나날이라 여기는 것인지 모른다. 사진을 바라보는 이들은 사진 속 배우들이 보려고 하는 것을 볼 기회를 거부당하며, 오히려 사진 속 등장인물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망상의 뒷면을 보게 된다. 이러한 변증법적인 작동을 관리하는 것은 사진작가이며, 이로써 그는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사실은 없고 해석만 가득한 상황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그의 작업은 우리 삶의 실체, 즉 알맹이인 본질은 없고 무수한 해석만 가득한 현대인의 삶을 뼈아프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