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anuary·February, 2016

요령 따위

Editor. 이수언

『요령 없는 사람의 요령 없는 이야기』 情은주 지음
문의 torock.ej@gmail.com

어느 날 친구의 “세상이 너무나 무료하다. 어떻게 살아야 될까”라는 문자를 받고 “견뎌야지 별수 없다”라고 답한 게 기억난다. 때론 살아가는 즐거움이 뭔지, 명분 없는 삶이 무슨 의미인지, 생은 왜 이리 지지부진한지 인생무상한 시기가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 혁명할 동력이 없는 인간은 일단 지금을 견뎌야 한다는 체념 섞인 결론에 이른다. 그렇게 살아가던 중 『요령 없는 사람의 요령 없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직업상 여러 사람의 글을 읽고 매만지는 일을 하는 글쓴이는 어느 날 자신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펴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에는 ‘요령 없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제목에서부터 허무, 체념, 쓸쓸함, 우울, 안타까움의 정서를 풍긴다. 회사를 그만두고 카드 연체금을 구할 방도를 고민하는 남자, 히스테릭한 주인과 함께 사는 고양이, 개의 탈을 쓴 늑대, 바람폈던 구남자친구와의 재회, 짝사랑을 앗아간 친구의 부고 소식이 등장하는 총 5개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이 책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다가 돌연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그것이 허무함을 보여주는 이 책의 전략이며 허무한 결말 너머에서 여전히 요령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알리는 방식이다. 이들 중 누군가는 더 괜찮은 날이 올 것이라 믿고 견디며 다른 누군가는 묵묵히 그저 오늘을 버틴다. 그것이 결국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요령의 다른 말은 ‘묘한 이치’, ‘잔꾀’, 영어로는 ‘trick’이다. 요령 있는 삶은 좀 편리할 수 있겠지만, 그런 삶을 굳이 긍정하고 싶지는 않다. 요령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삶이, 그것이 다소 허무하고 쓸쓸할 순 있어도, 좀 더 정직한 이들의 모습을 닮아 있음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