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16
분노하고, 요구하고, 행동할 것
Editor. 유대란
빈곤과 불안을 젊음의 원죄인 양 받아들였던 당신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니, 그렇다고 설파했던 베스트셀러들이 등장하기 전에 이 책이 한 템포 앞서 세상에 나왔더라면, 그리고 당신이 이 책을 일찍 접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라고 체념하지 않고, 분노하는 방법을 좀 더 일찍 배우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청춘’ 자가 붙은 책들이 건넨 달큼한 위로 뒤에 엄습한 배신감과 냉담은 당신 몫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인생 잘 풀려도, 잘 안 풀려도 퇴직 후 종착역은 치킨집이라는 공식조차 취업길이 캄캄한 젊은이들에겐 사치처럼 느껴지는 사회, 모두 ‘탈조선’을 꿈꾸는 이곳의 유효한 감정은 분노다. 그것은 파괴적인 감정이지만, 그것을 억누르고 외면한 후 삶에 냉담해지는 것보단 분노하는 삶이 덜 파멸적일 것이다. 냉담은 체념을 수반하지만, 분노는 아직 무언가를 느끼고 있을 때, 바라는 것이 일말이라도 남아 있을 때 발생하는 감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청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청춘의 불안이 당연하다고 가르치며, 그러면서 청년빈곤과 실업으로 대변되는 불평등이 오로지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넌지시 귀결시키는 숱한 위로서가 등장하기 전에 나왔어야 했다. 장하성 교수가 설명하는 분노의 원인은 개인의 무능이 아닌 구조에 있다. 그는 불평등한 임금과 고용 구조로 인해 소득의 불평등이 발생해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무엇보다, 불평등의 원인을 ‘재산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으로 분리해서, 다른 선진국의 경우처럼 재산의 불평등이 분배의 주요 실패 원인이 아닌, 소득의 불평등에 있음을 밝혔다. 그러므로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할 시간적 여지가 남아 있으므로 무조건 복지 재정을 늘리도록 요구하거나, 지레 포기하지 말고, 분노하고 요구하고, 미래를 위해 행동하라고 한다. 그가 진단한 기성세대에는 변화를 주도할 힘도 의지도 없다. 그래서 현재는 실로 절망적이다. 하지만 현재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희망보다 논리적인 절망”이며, 어차피 미래는 새로운 세대의 것이므로, 이런 절망적 자각에서 출발해서 젊은 세대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왜 분노해야 하는지 알았다면, 행동은 이제 아는 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