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영국의 미술과 공예 운동이 만든 보배 베달레스 기념 도서관

에디터 서예람,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베달레스 기념 도서관 © Bedales Memorial Library

영국 잉글랜드 남부의 햄프셔Hampshire 지방에 있는 피터스필드Petersfield라는 소도시 근처, 스티프Steep라는 작은 마을에는 베달레스Bedales School라는 사립학교가 있다. 베달레스 학교의 설립자 존 헤이든 배들리John Haden Badley는 관습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빅토리아식 교육을 행하는 학교들의 한계에 저항하며, 보다 인간적인 대안으로 1893년에 베달레스를 설립한다. 영국 최초의 남녀공학 기숙학교이기도 한 베달레스는 1898년부터 여학생들을 수용해왔다. 학교 안에 위치한 베달레스 기념 도서관은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기리며 1921년에 미술과 공예Arts and Crafts 양식으로 지어진 영국의 1등급 문화재이다. 이곳에 담긴 역사와 전통 공예를 찬찬히 살펴보자. ‘미술과 공예 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은 산업혁명 이후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사회 운동이다. 생산 및 제작의 기계화에 대한 반동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일과 삶의 새로운 원칙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좋은 디자인, 전통적인 장인 기술, 일상생활의 향상에 초점을 맞춘 이 운동은 예술과 사회 모두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덕분에 영국은 도시나 작은 시골 마을이나 할 것 없이, 역사적인 유물과 명맥을 이어오는 전통이 다수 보존되어 있다. 베달레스 기념 도서관은 책과 나무로 만들어진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니스트 김슨Ernest Gimson이 미술과 공예 양식으로 설계한 이 도서관은 미술과 공예 운동이 남긴 가장 훌륭한 건축물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내부는 기본적으로 참나무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일부는 햄프셔 지역에서 벌목된 나무이다. 아래층의 마루는 참나무, 위층의 마루는 밤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사용된 유리와 벽돌은 모두 수제이다. 도서관 안에는 앉는 자리가 바구니로 짜인 의자들이 있는데, 이것은 세대를 걸쳐 오늘날까지도 전승되고 있는 오랜 전통의 제작 기법이기도 하다.

May20_SpecialReport_11
Please subscribe fo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