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17
어서 와, 이런 시집 처음이지?
Editor. 김지영
19세기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시인 중 한 명인 월트 휘트먼. 그의 시를 엮은 시집이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한 작은 책으로 나왔다. 투박한 표지와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자니’라는 전형적인 느낌이 기존 시집이었다면 이 시집은 다르다. 만화 같은 그림체와 독특한 색감으로 시집의 틀을 깼다. 내지에 시와 관련된 사진과 그림을 배치해 흰 바탕에 검은 글자뿐인 형식에서 벗어나 시를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다.
이 시집의 표지는 세 가지 버전으로 출간됐다. 만화책 한 페이지를 옮긴 듯한 표지, 샛노란 바탕에 월트 휘트먼 얼굴을 그려 넣은 표지, 바닷가를 전경으로 무지개가 떠 있는 표지.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무작위로 받아보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 산다면 표지 선택이 가능하다. 어디까지 나 재고가 있다는 전제하에.
기존 시집의 틀을 깼다 해서 시의 진지함을 잃었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1920년에 발간된 『New Poems(새로운 시)』 서문에서 D.H. 로렌스는 이런 말을 했다. “그의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우물 가장자리까지 스스로 차오른 생명이 말로써 분출되는 지금 이 순간을 가감 없이 음미하는 데 있다.”
그의 시는 시집의 형식이 어떻든 본래 무게감을 잃지 않는다. 만약 그의 시가 바람을, 새벽의 날개를, 아직 닥치지도 않은 불행을 추상적으로 이야기했다면 자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의 시는 우리를 덮치고 있는 지금을 말한다. 150년이 훨씬 지난 2017년에도 그의 시는 지금을 비춘다.
이미 그의 시에 대한 가치는 오랜 시간 평가되었다. 가로 11cm, 세로 18cm 밖에 안 되는 이 시집은 주머니 속에 넣어 틈틈이 꺼내 보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