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18

어떻게 만들어졌냐고요?

Editor. 김선주

가끔 아무 생각 안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며
수시로 정신을 놓아버리는 일이 수십 번.
딱 이것만 먹어야지 하고 이것, 저것, 그것까지 다 먹는 일이 수백 번.

『브래드씨의 이야기』 다랑 지음
그리다랑

언제나 빵집에 가면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면서 이 빵은 누가 맛있다고 했던 건데, 이건 그때 사려다 없어서 못 샀는데 하는 패턴화된 고민을 거치다 한참 만에 겨우 빵을 집어 든다. 어차피 늘 먹던 것 중에서 고를 거면서, 왜 매번 새로운 빵을 기웃거리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빵을 좋아하는지라 퇴근할 때마다 갓 구운 고소하고 향긋한 빵 냄새에 이끌려 야식 삼아 한 봉지씩 사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젠 빵집 아주머니도 그걸 고를 줄 알았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이미 빵을 담고 있다. 이런 게 단골가게의 멋이라면 멋이랄까. 학창시절 내내 간식으로 매일 빵을 먹던 ‘빵순이’ 생활은 졸업한 지가 한참인 줄 알았는데, 여지없이 빵 냄새에 이끌려 한 봉지 가득 사는걸 보면 아무래도 현재진행형 빵순이임이 분명하다.
사실 그동안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빵은 기껏해야 간식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밥을 대체할 만큼 식사 거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해졌다. 하다못해 지역특산물이라며 무슨 빵 무슨 빵이 몇 박스씩 팔리는 것 만 봐도 더이상 빵이 서양의 전유물만은 아닌 듯하다. 그런 빵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일 역시 전혀 이상하거나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빵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쩌다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일러스트레이터 다랑은 우연히 햄버거의 유래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다른 빵에 대해서도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자 이 책을 펴냈다. “Listen to me.” 우리를 부르는 브래드씨의 인사는 독자를 앞으로 펼쳐질 베이커리의 세계로 초대한다. 오로지 빵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브래드씨의 이야기』는 빵의 탄생부터 시작해 25가지 빵의 의미와 유래가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있다. 밀가루 군과 이스트 양의 만남으로 시작해 베이커리에서 멋진 빵으로 거듭나는 브래드씨의 일대기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빵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해준다.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는 직접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도록 레시피를 그림으로 실어주어 브래드씨의 탄생을 집에서 직접 만나볼 수도 있다.
파운드케이크는 재료가 각각 1파운드씩 들어가서 붙은 이름이라는 사실, 몽블랑이 알프스산맥의 봉우리 모양을 닮아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사실, 브라우니가 이스트를 넣지 않는 실수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등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관심 있어 할 만한 사소한 정보들이 알차게 들어 있어 나름 유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숨은 이야기들을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게 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정말 좋은 지점은 실제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법한,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점들을 콕 집어준다는 데 있다. 깊이 있게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깊이 알고 싶진 않을 때, 그냥 빵 먹다가 문득 궁금해질 때. 이 책은 딱 그 정도로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시원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책이다. ‘아~ 그거, 이러이러해서 그런 거라고 하던데?’라고 가벼우면서도 한 번에 이해될 수 있게 말해주는 친구처럼.
빵을 살 때 만큼은 지갑 사정도 뒷전인 사람, 빵을 좋아하고 빵 냄새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가는 사람, 빵을 먹다가 문득 빵의 기원이나 유래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브래드씨가 들려주는 빵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길 바란다. 책장을 넘길 때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든다면 (그건 당연히 기분 탓이겠지만) 당신의 발걸음은 어느새 빵집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