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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7

알람을 끄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ditor. 김지영

과거에 나를 알던 사람이 나를 보고 낯설다고 말했다. 그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내가 변한 건 내 주변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걸.
앞으로도 나는 과거의 나로 돌아갈 생각이 없고 현재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예문아카이브

매일 저녁 알람을 맞추며 고민한다. ‘8시에 일어날까? 8시 20분? 아니야 5분만 더 자자. 8시 25분.’ 8시면 8시고 8시 30분이면 8시 30분이지 8시 20분, 8시 25분이라니. 이 애매한 시간을 가지고 고민할 시간에 잠을 더 자면 좋으련만. 5분을 더 자기 위해 스스로 타협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안타깝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잠을 자는 일상에 익숙해진 나를 발견할 때마다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어쩌면 나는 지금 『목숨을 팝니다』의 야마다 하니오가 겪었던 복잡미묘한 감정을 얕게나마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잘한 사건 하나 없이 흘러가는 삶 속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군 채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인생에 자살이라는 굴곡을 넣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수면제 자살을 시도한 하니오는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처치를 받아 살아난다. 후에 ‘LIFE FOR SALE’이라 적힌 간판을 내걸고 자신의 목숨을 파는 일을 시작한다. ‘목숨을 팝니다’라는 광고가 신문에 나가자, 하니오의 집에 그의 목숨을 사려는 사람들이 방문한다. 범죄 조직 보스의 애인과 동반 자살하기, 수염장수꽃무지 생체실험에 지원해 자살하기, 흡혈귀 엄마를 위한 혈액 공급원 되기, 다른 나라 대사관에 잠입해 기밀문서 빼돌리기 등 목숨을 내놓고 수행해야 하는 의뢰들이 들어온다. 그는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어찌 된 영문인지 매번 의뢰인들의 목적을 달성해주기만 할 뿐 그는 죽지 못한다. 오히려 살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깊숙한 곳에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죽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살고 싶다’로 처음 움직인 건 흡혈귀 여자에게 살해당할 날이었다. 마지막을 앞두고 그녀와 함께 산책하러 나갔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내 삶을 정말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는 흡혈귀 여자에게 혈액을 공급하기 전에는 그저 총에 맞거나 생체실험하다가 죽는 시나리오만 겪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삶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생긴 것이다.
결국, 일을 잠시 쉬기로 한 그는 이사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숨을 파는 일을 그만하니 그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하니오가 이사한 집의 주인 레이코는 그를 사랑하는 동시에, 그와 함께 죽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레이코가 그를 약물로 살해하려 했을 때, 그는 길길이 날뛰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목숨을 파는 여자’답게 좀 더 확실히 하라고. 아무튼, 내 목숨은 내 거야. 내 의지로 내 목숨을 팔 때는 각오하고 파는 거라고. 타인의 의지에 좌우되어 나도 모르게 독이 든 술을 마시기는 싫어.”
그가 목숨을 파는 장사를 시작한 건 자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동적으로 죽을 기회와 방법을 찾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얌전히 죽고 싶어 했는데, 이제 와서 누군가에 의해 죽고 싶지 않다니. 그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레이코를 보며 하니오는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 결국 그는 레이코에게서 도망친다. 어디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도망 다니던 하니오는 그를 쫓는 조직에 붙잡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하니오에게 죽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생기자 멈춘 듯한 그의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했을 때처럼 살기 위해 몸부림칠 때도 타인의 방해라는 큰 벽에 부딪힌다. 경찰에게 찾아가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하지만, 형사는 그가 집 주소도 없고 가정도 없으니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죽는 것, 사는 것 두 가지 모두 그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지금껏 나는 알람을 맞추며 내일을 계획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어떤 옷을 입을까. 퇴근 후에는 바로 귀가할까 아니면 약속을 잡을까. ‘내일’이 계획한 대로 흘러간다면 잠들기 전 나는 분명 한숨을 쉴 게 분명하다. 하니오가 죽음을 결심했던 이유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어 문제인 삶이 더는 싫다. 지금부터 하나씩, 그러니까 알람을 끄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제시간에 못 일어나도 좋다. 분명 ‘늦잠’이 굴곡진 하루를 시작하는 물꼬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