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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6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
Editor. 김지영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각양각색의 우산을 든 사람들이 각자 딴짓을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불현듯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붉은 형광 우산을 들고 털목도리를 한 여자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10m도 안 되는 길을 걸으면서 세 번 이상 시계를 들여다보는 남자는 무슨 일이 있나? 내 안에 계속되는 궁금증은 털목도리 여자와 시계 남자를 붙잡고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켰다.
이병률의 여행산문집을 읽고 타인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여행을 다니며 세계의 사람들을 길 위에서 만났다는 저자는 감성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보며, 그 안에서 사람에 대한 끊임 없는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산문집이 두꺼운 겨울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나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끌림』은 가로 10.5cm, 세로 15.2cm로 손바닥만 한 작은 크기다. 전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찬찬히 읽기 좋으며 214g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나는 언젠간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 내가 지금 걷는 길이 과거 누군가가 걸었던 길이고 앞으로 누군가가 걸을 길임을 깨닫는 그 순간이 온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책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세상 사람들을 주머니에 넣었다는 상상을 한다. 설렘으로 내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일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