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ne, 2019

아들아, 숙제는 하라고 내주는 것이다

Editor. 전지윤

궁금한 것, 모르는 것은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면? 제대로 된 답변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어 답답할 때는?
책을 찾아봅니다. 뽀뽀를 글로 배웠다던 그녀처럼 말이죠.

『숙제의 힘』
로버트 프레스먼 외 2명 지음
다산라이프

불과 2년 전만 해도 아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와 손을 씻고 간식을 먹은 뒤 숙제 몇 장 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아이가 할 일을 하고 놀거나 책을 골라 읽는 등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나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맛있게 먹고 샤워를 한 뒤 여덟 시에는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좀 크자 자기 의견이 강해져서인지 정해진 일과를 따르는 게 불만인가 보다. 친구들은 패드로 게임하는데 왜 나는 못 하냐는 투정을 꽤 오래 들은 뒤 결국 지고 말았다. 그나마 ‘15분’이라는 규칙을 정해 놓았지만, 그 시간을 넘기기는 너무 쉽다. 고작 학습지 두 장 푸는데 뭐가 그렇게 힘드냐, 자세를 바로 하고 글씨를 바르게 쓸 수 없겠냐, 친구들과 학교 끝나고 공원에서 얼마나 뛰어놀았는데 못 놀았다는 말을 하느냐, 숙제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으냐 잔소리 세례를 퍼붓기 일쑤다.
보통 엄마들은 문제로 보이는 어떤 상황이 반복되면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덜컥 겁이 나게 마련이다.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어째야 하는지 모를 때 마치 점을 보러 가듯 책을 사러 간다. 바쁘게 성장하는 아이의 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싶어 교육심리학 분야를 열심히 기웃거려 보지만, 큰 성과가 없다. 육아와 교육에 관한 실용서적들은 별 내용 없더라는 과거의 불신을 잠시 덮어두고 그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바로 그때, 『숙제의 힘: 전 세계가 주목한 ‘학습 습관’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온다. 점쟁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지만, 나는 지식인의 이성을 쉽게 버리지 않으리. 어떤 아이를 되게 잘 키웠다는 선배 엄마의 길고 긴 충고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의 강연 내용에 오늘은 타협하지 않겠다.
이 책의 원제는 ‘The Learning Habit: A Groundbreaking Approach to Homework and Parenting that Helps Our Children Succeed in School and Life(학습 습관: 아이들의 학교와 일상에서 성공을 돕는 숙제와 양육에 대한 혁신적 접근)’이다. 이 연구는 브라운 대학 의과대학, 국립 소아 의료센터, 로드아일랜드 대학 심리학과, 뉴잉글랜드 소아 심리학센터에서 심리학자, 심리치료사 등의 협력 아래 3년 동안 대면 및 온라인 조사, 기존 학술연구 방식으로 미국 50개 주, 4,600개 도시, 약 5만 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방대한 연구라니 기대가 되겠지만, 감사의 말과 주석을 제외하고 338쪽에 이르는 이 책 어디에도 아무도 몰랐던 비법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연구의 대상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보편적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자율성, 독립성을 기본적으로 갖출 수 있는 양육을 강조한다. 그리고 여덟 가지 핵심 습관도 자율 의지와 자기 조절능력이 있어야 길러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바탕을 다지는 데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꼭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해주어야 하기 때문은 아니다. 부모는 먼저 실천하여 모범이 되고, 적절한 칭찬과 격려를 통해 기운을 북돋워 주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부표가 되어야 한다. 굳이 일일이 쫓아다니거나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면 너무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동심리학이나 교육심리학 등 양육에 관한 내용을 접해봤다면 알겠지만, 적절한 칭찬과 격려만으로도 상당한 의지와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에 확 들어오던 ‘숙제의 힘’이란 제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숙제는 학교 밖에서 아이에게 주어지는 책임이자 학습의 방안이다. 한국처럼 아이들이 학원을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숙제가 방과 후 유일한 학습 활동인 경우가 많다. 나도 과외를 받고 학원을 다니며 자랐지만, 경우에 따라 맞지 않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았다. 그래서 내 아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엄마가 내주는 ‘숙제’로 주로 복습을 하는데,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습관이자 책임이다. 이 책에서 나는 그런 습관과 책임감이 마법처럼 저절로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엄마의 적절한 양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과 다수의 실제 사례를 통해 보편적 가이드라인을 얻었다. “아무개 엄마, 그 책 한번 사서 읽어 보세요”라고 권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역시 실천은 나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