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ne, 2017
아껴두고 싶은 시선
Editor. 김선주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저마다 다르다. 똑같은 바다를 보고 누군가는 햇빛 따사로운 해수욕을, 누군가는 싱싱한 회 한 점을 떠올릴지 누가 알겠는가. 다른 사람에게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될 때, 세상을 보는 시야는 더 넓어진다. 고스트북스에서 펴낸 『좋은 것을 아껴두려는 성질』은 이처럼 주위의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지점에 주목한다.
김인철, 류은지 작가는 매주 함께 경험했던 상황에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한 사람은 글로, 또 한 사람은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글과 그림은 같은 주제 안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 풀어진다. 어떻게 보면 소설 같기도, 에세이 같기도, 만화 같기도 한데 이야기마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것들에 관한 세밀한 시선이 담겨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주제에서 두 작가의 생각이 달리 뻗어 나가듯, 독자 역시 어느덧 자기만의 생각으로 주제를 확장해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맥주’를 두고 ‘좋은 것을 아껴두려는 성질’을 생각하는 것만 봐도 이 책이 일차원적인 사유의 집합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새로 산 맛있는 안주를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었지만 정작 기대와 다른 맛에 실망했던 부분을 읽으며, 맛있는 반찬을 마지막까지 남겨서 먹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극히 일상적인 어떤 순간이 문득 불씨가 되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커질 때가 있다. 이 책은 마치 그런 과정을 담아낸 것 같다. 맛있는 음식처럼 아껴두며 읽고 싶은 책을 찾고 있다면 여기 두 사람의 시선을 슬쩍 따라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