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소비문화
에디터: 김선주, 박중현, 박소정, 김지영
인간은 누구나 소멸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소비를 한다. 예를 들면 좋은 시계를 사서 그것에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고 자신이 죽더라도 물건은 후대까지 전해 자신의 존재를 기리게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불안할수록 소비심리가 자극된다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인간은 생활의 편리, 과시, 이타적 동기 등 다양한 이유로 소비한다. 이에 인간은 왜 소비하는지 그리고 그 모습은 어떤 방식으로 변해왔는지 살펴보았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1987)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패러디한 미국의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는 이 문구를 통해 소비를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는 지표로 삼는 현대인의 가치관을 풍자했다. 이 말은 자기를 포장하고 꾸미려 소비하는 세태를 꼬집은 것일 테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수많은 물건과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우리가 구매하고 쓰는 것들은 자연스레 우리의 개성과 삶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현재의 소비문화는 단순히 재화를 사고 쓰는 행위에 한정지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영역에 걸친 사회적 현상이 된 지 오래다. 소비는 일상생활에 아주 가깝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소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소비를 사치나 낭비로 바라보는 사회적인 통념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소비를 인간관계나 사회적 성격을 은폐하는 ‘상품 물신 숭배’라고 말하며, 소비를 동물적 본능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인식이 점점 바뀌면서 최근 30여 년 동안 비로소 소비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알아갈 것은 많기만 하다. (…)
사람마다 소비하는 상품과 방식이 다르지만 모두 특정한 효용Utility을 얻기 위해 소비한다는 사실은 같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비의 본질이기도 하다. 여기서 효용이란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주관적인 것이 특징이다. 즉 소득이 같은 두 사람이 동일한 물건을 사도 각자의 만족도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효용은 오랜 시간 화폐로 환산될 수 있는 당장의 만족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 때문에 생산자들은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이윤을 얻고자 노력했는데, 여기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룟값을 줄이기 위해 자연에서 나는 원료 대신 값싼 화학 원료를 사용하고 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하는가 하면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비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