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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August, 2018
세계를 확장하는 근사한 방법
Editor. 박소정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냥통수를 사랑한다.
고양이처럼 귀가 밝고, 야행성이며, 창밖 구경을 좋아한다.고양이처럼 만사태평하고 주관이 뚜렷하며 늘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극한의 추위나 더위가 있는 날 혹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만 제외하고 거의 매일 고양이 산책에 나선다. 좀 더 정확히는 길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동네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여러 형편상 아직 키울 때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길고양이를 찾아다니고 있다. 보통 산책하는 시간이 따로 있진 않다. 출· 퇴근할 때, 점심 먹으러 나갈 때, 가끔 머리가 안 돌아갈 때 10여 분 정도 나가 틈틈이 고양이 산책을 즐기는 편이다. 이렇게 하루에 30분 정도 걷는데, 보통 두 마리 정도 발견하고 운이 좋을 때는 다섯 마리 넘게 발견하기도 한다. 가끔 운이 좋지 않은 날에는 고양이 꼬리조차 보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기운이 쏙 빠진다. 그리고 습관처럼 오늘은 왜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는지 분석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해코지당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아지트를 옮긴 것일까? ‘하필 숨어서 낮잠 자는 시간에 내가 나간 건 아닐까?’ ‘오늘따라 옷 색깔이 튀어서 저 멀리서부터 도망갔나?’
고양이는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를 잘 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고양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기온이 2~3도쯤 상승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울타리 샛길이었는데, 지금은 따뜻한 카펫이 기다랗게 깔려 있는 길로 보인다.
일본에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주로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 아사오 하루밍은 이 책을 통해 프로 고양이 스토커로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하고 귀여운 방안을 가르쳐준다. 우연히 친구네 집에서 솜털 같은 새끼 고양이들을 마주하며 잠들어 있던 모성 본능이 깨어난 저자는 이후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며 이들 뒤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고양이가 나온다는 일본의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고 저 멀리 몰타섬까지 찾아가며 프로의 자세로 고양이들과 교감을 시도한다. 우선 마주쳐도 고양이가 놀라거나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고, 만났을 때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어 조용조용 다가간다. 고양이와 마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차 밑이나 어두운 건물 뒤, 높은 담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먼저 다가오는 고양이보다는 어디로 가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고양이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는 타고난 스토커의 자질을 갖춘 저자는 고양이 스토커로서 명심해야 할 내용을 칠계명으로 읊어 주기도 한다.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고양이를 늘 칭찬하라. 귀엽다. 영리하다. 착하다. 강하다. 천재다. 장군 같다. 등등
—집요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 중 하나.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그 조금을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다가가면 여태까지 쌓은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누군가가 뒤를 밟는다는 사실을 만약 고양이가 눈치챈다면? 그래도 당황하지 말라. 그럴 땐 끈덕지게 쫓아가지 말고 일단 모퉁이를 돌거나 천천히 그 자리를 지나친다.
저자는 고양이를 쫓아다니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세계가 이토록 넓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얘기한다. 고양이를 따라 평소에는 가지 않았던 길을 가보게 되고 새로운 곳을 발견함으로써, 일상의 눈으로 결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이 세상 전부가 아니라는 잊기 쉬운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고양이 산책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돌이켜본다. 묻는 말에 그 흔한 울음소리는커녕 귀찮다는 듯 꼬리를 바닥으로 내리쳤던 도도한 아이부터 간식은 잘 받아먹지만 늘 반경 1m의 거리를 두었던 겁 많은 아이, 껌벅껌벅 눈키스에 기꺼이 답키스를 보내준 착한 고양이까지 모두 생긴 것만큼이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있었기에 나의 산책길이 지루할 틈 없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에 온전히 빠져 잠시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음은 분명 근사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