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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역사를 좇다 공간공방 미용실(美用實)
에디터:유대란 / 사진:신형덕, 김종우
‘건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연상하나. 자하 하디드, 페터 줌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발터 그로피우스, 대성당의 돔, 대법원의 기둥, 의회당, 박물관, 호텔. 그것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권위와 규모다. 그 앞에서 우리는 환상을 품는다 - 규모와 권위와, 소유할 수 없는 것,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런 선망은 ‘건축’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우리들 대부분의 고되고 소시민적인 삶과 무관해 보이는 데에 기인한다. 이런 ‘건축’은 거대하고, 지적이고, 고답적이며, 고요하고, 세련되게만 보인다. 우리가 ‘건축’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건축’이라고 거시적 역사 내에서 범주화된 것들과 그것들이 지닌 권위의 연속이다. 공간공방 미용실(美用實)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이런 ‘범주의 건축’에 속하지 않는 모든 것이다. 이들은 개인 개별의 삶과 일상, 기능과 편리, 취향과 욕망의 시간을 좇고, 그것을 모조리 담을 수 있는 건축을 하고 있다.
공간공방
미용실(美用實)은 건축사무소가 아니다. 건축을 전공한 미용실의 김원일 · 박영국 대표는 기존의 건축전공자들이 먹고사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다. ‘건축가’라고 통칭되는 사람들이 ‘건축’이라고 부르는, 한정된 일의 스펙트럼에 공감할 수 없었다. ‘건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갔고, 두 사람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간을 만드는 것’에는 건축의 통상적인 정의로 여겨지는,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일도 포함되지만, 공간이라는 것이 부동의, 폐쇄된 상태의 설계물 내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물리적 형태와 위치가 다양할 수 있고, 이용자나 환경의 요구에 의해 종이상자처럼 작아질 수도, 확장될 수도 있는 것이 공간이며 그런 공간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기로 했다. 이런 의미에서 ‘공간을 만들고 파는 곳’, 즉 ‘공간공방’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자’라는 뜻에서 ‘건축가’ 대신 ‘공간설계업자’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건축을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했어요. 나는 건축을 하고 있는데 ‘건축가’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공간설계업자’라는 말을 찾아냈어요. 그리고 규모와 권위에 무심하며, 삶의 아주 작은 단위의 욕망과 실용을 채워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름답고,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미용실’이라고 했어요. ‘미美’ ‘용用’ ‘실實’, 이 세 가지가 어느 것 하나를 지배하지 않고, 모두 동등한 비중을 지니는 공간. 예를 들어, 미니멀리즘적인 공간은 미니멀하기 위해 기능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감춰야 하는데, 굳이 그래야 하나 싶어요. 다 드러내면 요소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기 쉬운데, 그리고 다 드러내도 충분히 멋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드러내기 때문에 더 멋있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