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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8
생명이 가진 우아한 힘
Editor. 지은경
농사에 관한 작은 잡지를 만들며 만났던 농부들을 보고 자신이 놓치고 있는 본질이 무언지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것을 내려놓을 마음도 없는, 즉 이도저도 아닌 경계선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 것 같아 심장이 자주 벌렁거린다.
어떤 요인으로 인해 생물체가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신체 내부에 있는 조정 장치가 작동해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게 대비하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기울여 정상 위치로 되돌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생명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생명 안에 존재하는 자동조절 장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생명은 경이롭고도 소중하다. 지능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다시 말해 생명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지만 디지털의 경지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다.
대자연의 법칙과 생명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부터 거대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생명은 보편적인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법칙이 지구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즉 우리 몸속에는 모든 분자를 하나하나 조절하는 법칙이 있고 야생은 동식물의 수를 조절하는 법칙이 있는데 이를 일컬어 ‘세렝게티 법칙’이라고 한다. 이 완벽하지만 매우 깨지기 쉬운 생명의 법칙을 지켜내야만 자연은 우리에게 경이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 줄 것이다.
인간은 농사를 통해 식량의 문제를 해결했고 의학으로 지구상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시켰으며 수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는 농업혁명 후 생명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힘쓴 수많은 과학자의 노고가 있다. 앞서가는 생물학자이자 이야기꾼인 션 B. 캐럴이 쓴 이 책은 과학자의 여행기이자 모험담이며 귀중한 지식 수첩이기도 하다. 질병은 생명이 가진 조절 법칙의 과정에서 체내에서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췌장에 인슐린이 너무 적으면 당뇨에 걸리고, 세포가 조절 능력을 잃어버려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분열하고 증식해 암이 된다. 생태계 또한 특정 개체군이 너무 적거나 많아지면 생태계 전체가 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에 걸리게 된다. 책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집단 고사시킨 벼멸구와 마을을 습격한 아프리카의 올리브개코원숭이, 논과 밭에 퍼부어진 농약, 그리고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비롯된 각종 문제를 경고한다. 지구의 가장 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생태계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태계에 끝없이 해를 가한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개체 역시 결국 우리 인간이다. 인간은 생태계를 들여다보고 생태학을 이해하며 직면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만이 무분별한 인간을 제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이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란 없다. 문명의 척도는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명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 갈 수 있을까? 어쨌든 작가는 연대의 힘이 매우 강력하다고 믿고 있다. 사회의 의지는 매우 중요하며 이 의지는 정치적 의지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한다.
동물의 개체 수가 늘어나거나 멸종하는 것, 병이 나거나 치유되는 생명에 관한 모든 일을 움직이는 어떤 힘의 법칙이 정말 있다고 한다면 인간은 그러한 세렝게티 법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일까? 모든 지식의 가설이나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환경은 인간에 의해 큰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미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라면 책에서 그토록 자주 등장하던 ‘암’은 아닐 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