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삶이란, 현재를 가지는 것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그렉 시걸 © Gregg Segal
알츠하이머 환자에게는 과거가 현재의 일부가 된다. 오랜 추억은 기억의 뒷자리에서 앞자리로 이동한다. 과거 속 강한 돌기로 자리 잡은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사진작가 그렉 시걸Gregg Segal은 노인들의 과거 젊었던 사진들을 슬라이드 형태로 변환해 사물 위에 투영시킨다. 그는 이들의 어린이, 청소년, 또는 청년으로 성장하는 사진들을 선택해 슬라이드로 투사한다. 노인들은 투영된 사진 속 어린 자아와 함께 사진작가의 뷰파인더 속으로 들어간다. 젊은 모습의 자아는 현재의 노인과 겹친다. 마치 노인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가 현재라고 믿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의 소멸을 목격하는 일이 유독 가슴 아픈 건 떠나보내는 순간에 떠오르는, 그들과 공유한 같은 기억 때문일지 모른다. 그들은 영영 떠나는 동시에, 함께한다. 이러한 상실과 소유의 동시성을 닮은 일종의 향수는 이 사진 프로젝트의 핵심이 된다. 우리는 나이 든 사람을 바라보며 그들이 한때 누구였는지, 어떤 젊은 시절을 보냈는지 잊는 경향이 있다. 젊을 적에는 나이 들고 노쇠한 자신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사진작가는 당신이 이 사진들을 바라보며 이들 또한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거나, 활기차고 열정적인 존재였으며, 삶을 온전히 살기 위해 우리처럼 고군분투했다는 점을 상기시킬 것을 의도했다.
과거는 지난 추억의 이야깃거리이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아 꿈꿀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 직면한 것은 현재이기에 우리 중 많은 이들은 현재가 가장 힘겹다. 온갖 무게를 느끼며 현재를 온전히 살아나가기가 너무도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우리가 과거에 한 일이나 앞으로 계획한 일을 계속해서 재평가한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를 잊고 과거와 미래만 남겨진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비슷한 양상을 띈다.
사진 속 모델이 되어 준 한 알츠하이머 환자는 사진 찍을 장소로 차고를 골랐다. 수제 맥주들이 들어있는 작은 냉장고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평생 맥주를 좋아해 온 그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있는 장소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좋아하는 맥주가 무엇이냐고 사진작가가 묻자 노인은 “내 손안에 있는 맥주”라고 대답했다. 기억의 한계를 매 순간 느끼며 살아가는 그였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