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삶을 다르게 보는 연습,
철학교사 안광복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왜?’라는 물음은 때로 귀찮고 피곤하다. 구태여 당연하고 익숙한 것에 괜히 의문을 품고 태클을 걸 이유는 뭐람. 그러나 이 한없이 근원적인 질문이 가진 힘을 알게 된다면 누구도 귀찮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중동고등학교에서 20여 년간 철학을 가르쳐온 교사이자, 다수의 책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작가, 그리고 삶이 던지는 질문을 매일같이 고민하는 철학자인 안광복은 ‘왜’라고 물음으로써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고, 알고 있던 것을 다시 생각해보는 연습을 거치면서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단단해진 내면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더없이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사실 철학은 어렵다기보다 황당하게 느껴지는 거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더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고요. 제가 노력한 부분은 그런 황당한 질문을 당연히 던질 수 있는 일상적인 질문으로 보일 수 있게 바꿔주는 작업이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철학자의 이론보다는 삶에 집중하면서 철학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려 했어요.
철학을 대중화하는 작업은 본질을 사실로 풀어내는 과정이에요. 수업할 때도 ‘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하면 학생들이 30분도 안 돼서 다 잠들어버려요. 무겁기만 하고 잘 안 다가오니까요. 반면에 ‘친한 친구가 물건을 훔쳤을 때 끝까지 감춰주는 게 우정이라고 생각하는가’처럼 그 본질이 드러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을 제시하면 더 사실적으로 와닿기 때문에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겠죠. 그래서 글을 쓸 때도 본질적인 부분보다 사실적인 부분에 더 집중했어요.
예를 들어 미술관에 가는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일상에도 아름다운 요소가 많지만 계속 일상적인 것만 봐서는 평생 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미술관에 가서 참신하고 깊은 작품을 보다 보면 안목이 달라지죠. 철학도 마찬가지로, 의미 있는 것을 많이 보고 깊게 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일상의 문제들이 쉽게 다가와요. 결과적으로 삶의 깊이가 달라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