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떠올리면 하늘 높이 뻗은 건물들과 화려한 전광판, 길을 가득 메운 자동차 사이를 분주하게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먼저 연상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뉴욕 시티의 중심부에 위치한 맨해튼에 국한되는 이미지다. 세계 경제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복잡한 지역에서 남동쪽으로 조금 벗어나, 이스트 강 건너편으로 향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의 뉴욕을 경험할 수 있다. 낮은 건물들이 늘어선 조용한 주택 지역 브루클린에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고, 이곳 사람들은 강변에 위치한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에서 맨해튼의 멋진 건물들을 한눈에 바라보는 특권을 누리며 살아간다. 브루클린 브리지 옆에 나란히 놓인 맨해튼 브리지는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또 다른 상징적인 다리다. 이 맨해튼 브리지가 브루클린에 닿는 지점 하단에,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 빛의 작은 벽돌 건물이 있다. 2021년에 개관한 브루클린 공공 도서관의 새로운 분관, 애덤스 스트릿 도서관이다. 공원과 강변의 잔잔함과 도시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독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소개한다.
애덤스 스트릿 도서관은 브루클린 내에서 ‘맨해튼 다리 고가도로 아래’를 뜻하는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의 약자, 덤보DUMBO라 불리는 구역에 위치한다. 한때 선착장이었기에 주변에 산업 시설과 창고들이 다수 세워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도서관이 위치하는 건물 역시 1901년에 지어져 한때 어뢰 공장과 재활용 시설로 활용되었던 곳이다. 이렇듯 깊은 역사를 가진 덤보는 20세기 말에 대대적으로 주거 및 상업 지구로 탈바꿈한 뒤 지금은 많은 갤러리와 카페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상업적인 성공을 이룬 지역에 새 분관을 마련하게 된 브루클린 공공 도서관은 뜻밖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다. 지역에 어린이를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덕분이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벽을 따라 촘촘하게 설치된 높은 창문 덕에 밝고 화사하다. 내부는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는데, 창가를 따라 마련된 청소년 서가와 책상이 놓인 열람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청소년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모임 장소 및 다목적실로 활용된다. 한편, 도서관 안쪽에는 주황색과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누각이 시선을 끈다. 두꺼운 목재벽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이 누각은 오롯이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독서나 낭독 등 각종 문화생활을 영위한다.
애덤스 스트릿 도서관의 독보적인 매력을 꼽으라면 단연 창밖으로 보이는 이스트 강과, 근사한 맨해튼 풍경일 것이다. 말끔히 정돈된 공간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부터, 잠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책을 읽거나, 도서관 특유의 조용함 속에서 뉴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까지 누구나 이 도서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이들은 아마도 어린이가 아닐까. 앞서 언급한 누각 공간은 바닥의 턱을 올려 설계돼 아이들의 눈높이를 높여준다. 따라서 아이들은 한참 독서와 놀이에 빠져 있다가도 벽에 뚫려 있는 둥근 사각형 모양의 창을 통해 열람실에 자리한 사람들을 둘러보고, 도서관의 창밖 너머로 맨해튼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애덤스 스트릿 도서관의 외벽은 내부와 마찬가지로 건물 설립 때 사용된 벽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1층 외벽의 측면에 흰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새긴 문구는 당돌하고 유쾌한 인상을 남긴다. ‘LIBRARY’, 대문자로 공간의 정체성을 당당히 내세운 이 글씨는 손수 페인트칠한 표지판을 사용했던 지역 문화의 일부를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강 건너 맨해튼의 사람들에게까지 기쁜 소식을 전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아이들을 위한 멋진 도서관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