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Art 책 속 이야기: 예술
불안한 마음들의 집합체
Gathered Leaves, Alec Soth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알렉 소스 © Alec Soth www.alecsoth.com
강한 충격을 던져주는 것만이 가치있는 것이라 여기고 즉각적인 반응만이 해답이며,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만이 이상적인 그림이라 생각하는 오늘날, 이와는 반대로 인간이 속한 사회의 진실은 불안과 초조함이며 아직 수면에 떠오르지 않은 문제를 직감하며 몸서리치는 두려움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폭력적인 맛에 길든 현대인들은 강한 것과 올바른 것을 쉽게 왜곡한다. 그리고는 착각의 늪에서 겨우 살아남아 초라한 내면을 들켜 위태로운 표정을 짓는다. 사진작가 알렉 소스Alec Soth가 그리는 미국 사회의 그림이다. 그의 여정에서 마주친 사진 속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건 현재 우리에게 처한 불확실성에 대해 적잖은 불편함과 경계심을 드러낸다. 알렉 소스의 사진들은 여타 상업사진처럼 화려하거나 초현실적인 미를 뿜어내진 않는다. ‘위기감’이라는 익숙하고도 진부한 장면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진 속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내려치는 이유는,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슬리핑 바이 더 미시시피Sleeping by the Mississippi(2004)’ ‘나이아가라Niagara(2006)’ ‘브로큰 매뉴얼Broken Manual(2010)’ 그리고 ‘송북Songbook(2012-2014)’ 이렇게 4가지의 사진 시리즈를 탄생시킨 알렉 소스는 순수예술가이자 매그넘 사진기자, 독립출판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을 가장 시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현대 미술관의 전시뿐 아니라 각종 워크숍, 그리고 책 등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과 만나는 작가다. 그의 이 대표적인 4개의 시리즈를 한데 모아 놓은 < 모아진 잎들Gathered Leaves> 전시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 순회전으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4개 시리즈를 순차적이고 개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진화했으며, 그의 눈을 통해 바라본 미국 사회 또한 어떤 변화를 거듭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다양한 지역을 돌며 느낀 사람들의 표정과 신념, 생활 방식들을 차분하고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스는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와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조엘 스턴펠트Joel Sternfeld와 함께 미국에서 처음이자 으뜸가는 서정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손꼽힌다. 그의 사진은 장엄한 미시시피, 번개가 요동치는 나이아가라, 광활한 사막과 황야, 작은 마을과 교외 등의 풍경을 직접 담은 것으로, 미국적인 삶을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구조와 환경을 우리 앞에 제시한다. 이 사진들은 미국 사회의 심리적 일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의 이번 전시 제목인 ‘모아진 잎들Gathered Leaves’에서 ‘잎’은 종이의 낱장, 즉 사진 한장 한장을 뜻하는 단어이자 미국의 서사시인인 월트 위트먼Walt Whitman의 ‘Song of Myself(1855)’에서 인용한 것이다. 위트먼의 시는 미국 남북전쟁 직전 긴장감 돌던 국가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알렉 소스가 사진 속에서 묘사하는 21세기는 개인주의와 공동체라는 두 상반된 욕구와 씨름하는 날 선 미국의 모습이다.
사진을 통해 그는 갈등을 겪는 사회의 심리적 이미지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내적 갈등으로 문제적 성격을 띤 사람의 얼굴로 묘사되곤 한다. 이 얼굴은 나약하고 방황하며 궁색하기까지 하다. 사진작가 알렉 소스는 자신의 눈에 가장 흥미롭고 아름다운 것은 곧 ‘나약함’이라고 말한다.
머나먼 야생과 산에서 나는 홀로 사냥을 하네,
방황은 나 자신의 가벼움과 기쁨에 놀랐네,
밤을 보낼 안전한 장소를 선택하는 늦은 오후,
모닥불을 지피고 갓 죽인 먹잇감을 불사르네,
나는 모아 놓은 나뭇잎 위에서
개와 총을 옆에 끼고 잠이 드네.
—월트 위트먼의 Song of Myself(1855)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