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인 이유로 도서관이 파괴되는 것은 분명한 비극이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고의적인 이유로 도서관이 파괴되는 것은 무거운 범죄이며, 이와 같은 일이 두 번이나 반복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여기 루벤 카톨릭 대학 도서관은 이러한 일을 겪은 실제 사례이다. 1425년 설립된 루벤 대학은 가장 오래된 대학이면서 가장 믿기 힘든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도서관은 1, 2차 세계대전에서 완전히 파괴되었던 곳이다. 그렇지만 이 두 재앙을 겪고도 기적적으로 부활한 곳이기도 하다.
약 1세기 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전쟁은 유럽에서 수백만의 삶을 앗아갔다. 완벽한 멸망을 목표로 삼았던 전쟁은 먼저 각 나라의 예술과 문화를 의도적으로 파괴했다. 전쟁 초기인 1914년 독일군은 벨기에의 역사적 도시 루벤에 불을 질렀다. 독일 병사들은 총 2,000가구를 체계적으로 소각했고, 인광 물질을 사용해 그 파멸을 확실히 했다. 3일 동안의 격렬한 화재로 노인과 어린이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민간인이 사망에 이르렀다. 1636년에 세워진 대학 도서관은 수많은 귀중한 책과 함께 불탔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보물을 포함한 엄청난 수의 원고와 30만여 권의 책 위에 휘발유가 뿌려졌다. 이는 독일 점령군에게 저항한 시민들에게 가한 잔인한 보복의 일종이었다. 수 세기 동안 문화유산을 겨냥한 수많은 갈등 사례가 있었다. 16세기 아프가니스탄의 부처상 파괴, 시리아의 콘스탄티노플 점화 등 예술과 문화에 대한 범죄는 시대를 초월해 존재해왔다. 그리고 루벤 도서관의 의도적 화재사건은 유럽 전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었고, 동시에 독일인의 야만적 전쟁 수행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루벤 대학 도서관이 화마에 휩싸이자 전 세계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이후, 미국인들은 루벤 대학 도서관을 재건했다. 기능적인 측면을 강화한 새로운 도서관은 1928년 미국 시민과 전쟁박물관의 선물, 그리고 많은 고등학교 및 대학의 기부금 덕에 완공될 수 있었다. 미국의 건축가 휘트니 워렌Whitney Warren은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디자인했으며 신간 서적을 모아 기증하는 한편 화재로부터 건진 서적들을 재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