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법정 너머의 진실,
작가 도진기

에디터: 이희조
사진제공: 신형덕

한 부부가 운영하는 낡은 국밥집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가게에 채소를 배달하던 남자가 갑자기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것이다. 사건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 순간 가게를 열고 들어온 아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의 배를 식칼로 찔렀다. 이내 남자가 아내를 쫓아다니던 스토커였다는 증거가 나왔고, 사건은 남편의 죽음을 본 아내가 자신도 위협을 느껴 정당방위로 남자를 죽인 것으로 좁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젊고 유능한 변호사 성호는 소일 삼아 재판을 방청하러 오는 한 노인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노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사람을 모르니 저런 판결이…”라고 중얼거리고만 있다.
단편집 『악마의 증명』에 실린「구석의 노인」의 이야기다. 도진기의 작품에서 주인공 탐정이나 변호사는 단순히 수수께끼를 푸는 것뿐 아니라 그 진실을 법정에서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간단하지 않다. 법정에선 때때로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20년 이상을 법정에서 보낸 도진기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최근 판사에서 변호사로 전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사로 전업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판사라는 직업이 저한테 기질적으로 잘 안 맞는 면이 있었어요. 판사가 굉장히 안정적인 반면에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정적인 직업이라면, 변호사는 좀 더 자기가 뭔가 만들어갈 수 있는 역동적인 직업이거든요. 판사는 사실 공직자로서 제약이 굉장히 심하죠. 세월이 지날수록 이 점이 더 강하게 의식돼 제 안에 자유를 갈망하는 기질이 갈수록 커졌던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을 쓰게 된 것도 업무적 한계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거기서 출발했을 텐데요, 더 근본적으로는 창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랜 시간 문화 수용자로 음악이든 글이든 만화든 접하기만 하다가, ‘나도 뭐 좀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추리소설을 쓰게 된 건, 제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그나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접근 가능성이랄까요? 이를테면 제가 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다 해도 절대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그림을 좋아한대도 갑자기 그려낼 수도 없고. 근데 추리소설은 읽다 보니까.....

도진기-악마의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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