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바이러스 빌리에게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위즈덤하우스

“안녕, 나는 바이러스 빌리야!”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 어린이는, 아니 초록색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는 여러 바이러스 친구들도 함께 소개한다. 어떤 증상인지,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는지 등 아이의 질문이 이어진다. 혹시 궁금증을 그때그때 해결하며 읽는 게 좋을지, 아니면 일단 책을 끝까지 읽어볼지 물었다. 아이는 책을 후루룩 넘겨보더니 먼저 다 읽어보겠단다. 숙주의 역할,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숙주의 행동들도 배웠다. 바이러스 빌리는 세포와 결합해 몸속으로 들어가고 복제와 번식을 하다 갑자기 표정이 굳는다. 면역세포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빌리의 기분이 다시 나아지는 이유도 사실 따지고 보면 섬뜩하다. 차라리 처음 만났을 때가 더 낫지 싶다. 세상 밝은 얼굴로 떠나는 바이러스 빌리는 서늘한 인사를 남긴다.
“우리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어. 정말 기쁜 일이지? 또 만나!”
뒤집어 알려주마, 청개구리들!
『바이러스 빌리』는 2016년 독일의 과학도서상 수상작이다. 저자 하이디 트르팍은 어린이 건강 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 교사이다. 트르팍의 첫 번째 책인 『모기가 할 말 있대!』(길벗어린이)는 2012년 프리들 호프바우어상과 2014년 독일 아동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거부감 없이 바이러스와 바이러스 감기 질환의 전염과 감염, 예방에 이르는 기초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 빌리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레오노라 라이트의 손끝에서 바이러스 빌리는 구김살이 없어도 너무 없는, 호감있는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바이러스는 측정 단위가 나노미터(nanometer; 1nm=10-9m)로 종류에 따라 20~250나노미터, 리노바이러스는 25~30나노미터 정도로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가 없다. 사람이 등장하는 일러스트에는 색이 담채화처럼 평면적이고 단순하다. 반면 바이러스 클로즈업 화면의 바탕은 데칼코마니 평판 작업으로, 물감 위를 덮었다 떼어낸 후에 생기는 우연의 효과가 마치 세포 표면이 확대된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얼린 젤라틴으로 찍어 표현한 연두와 초록의 색감은 바이러스 이미지에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빌리는 코 파고, 기침을 손에다 하고 침 묻었는데 다른 사람이랑 악수하고 그런 거 좋아하는데, 코 파는 그림도 너무 웃기지. 그런데 그렇게 진짜 하면 너무 더러워. 그런데 감기에 걸려도 죽을 수 있어?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럴 수 있잖아. 다른 바이러스 때문에도 죽을 수 있어?” 아이의 물음에 문득 빌리는 하라고 부추기지 않아도 잘 알아서 하는데 ‘손 씻어라, 눈 비비지 말아라’ 하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못 들은 척할 때도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이는 그걸 아직도 모르냐는 듯 눈치를 주며 한숨을 짓는다.

“나는 벌써 아는데 또 말하면 잔소리 같고, 빌리가 말한 것들은 말도 안되니까 웃기니까.” 그랬구나, 엄마는 그런 것도 몰랐구나….

재미있는 과학책 읽기로 생활의 과학자 되기!
어린이 과학도서는 종류가 많고 저자와 출판사에 따라 집필의 포커스가 조금씩 달라 책 고르기가 녹록치 않다. 대개 책을 구입하는 것은 주로 엄마들이 한다. 그게 잘못은 아니다. 다만 엄
마가 책을 고르면 아이의 기대나 눈높이와 다를 수 있다. 과학도서의 기본 공통 목표는 과학지식의 정확한 전달, 과학적 탐구 자세와 사고의 함양이다. 동일한 주제를 다룬다면 대개 유사한 내용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주제 학습을 위한 독서를 하려고 할때,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는 노파심에 대신 책을 골라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아와 어린이가 원하는 책을 찾고 선택
하도록 하는 것 역시 상당히 중요한 학습 경험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거나 더 필요한 내용은 추후 연계 도서를 읽거나 독후활동, 과학관에서의 체험학습 등으로 얼마든지 보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그 주제에 대해 흥미를 잃게 만들고 독서활동을 아예 기피하게 만들기도 한다. 수많은 과학서적이 서점과 도서관에 쏟아져 나온다. 요즈음은 서점에서 책을 비닐로 포장해 놓아 내용을 미리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새 책을 구입해서 자기 책으로 갖게 되는 것을 아이들의 권리이자 책임으로 맡기면, 의외로 아이들은 상당히 꼼꼼하고 깐깐하게 자기 역할에 임한다. 좋아하는 작가, 선호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편집디자인의 스타일도 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의 아이들은 책의 띠지나 뒤표지에 있는 추천사를 참고하고, 추천사에 자주 등장하는 인사들의 이름이나 코멘트를 기억하는 때도 있다. 자기가 고른 책이니 읽는 데에도 책임감을 갖는다. 그러니 기꺼이 자녀들에게 책 고르는 권리를 이양하도록 하자.

September20_TailofTales_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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