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물과 생명 Water and Life
에디터: 유대란, 박소정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행성 ‘케플러 452b’를 발견하며 또 다른 지구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전주기와 온도가 지구와 비슷해 이목을 끌었지만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물’의 흔적이다. 물은 곧 생명을 뜻한다. 나아가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점쳐보게 한다. 최근 다른 행성에서 연속해 물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학자들은 앞으로 10~20년 안에 지구 외의 공간에서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다. 하지만 이 중 인류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양은 0.00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물은 염분 때문에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그나마 사용이 가능한 민물의 2.5%의 물도 거의 빙하에 갇혀 있으며 세계 전 지역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다. 한날 한시에 어떤 지역에서는 말 그대로 ‘물을 물 쓰듯’ 쓰고 있지만, 또 다른 지역에서는 마실 물 한 잔이 마땅치 않아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세계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는 14억 정도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10년 뒤인 2025년에는 약 3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보고 모든 것이 물에서 시작하여 물로 돌아간다고 보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물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곳에서 물의 운명에 따라 문명의 흥망성쇠가 결정지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개발의 정점을 찍고 있는 오늘날 대체 불가능한 자원인 물은 인류에게 필수적인 요소에서 나아가 21세기 권력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
물은 신비로운 존재다. 매일 마시고 쓰다 보니 평소 물의 가치에 대해 숙고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것이 물이다. 물은 인체의 약 70%, 어류의 80%, 미생물의 95%를 구성한다. 무색, 무취의 이 액체를 3일만 끊어도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물이 덮고 있다. 눈, 비, 구름, 안개도 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물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물의 기원에 관한 한 아직 정론은 없다. 널리 알려진 가설들이 있을 뿐이다. 그중 한 가지는 물이 지구 외부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우주 유입설이다.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약 46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됐을 때 물도 만들어졌다면 당시 갓 태어난 지구와 조금 더 앞서 생성된 태양이 매우 뜨거운 상태였기 때문에 지표면의 물을 모두 증발시켰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비교적 가까운 화성, 수성, 금성도 마찬가지다. 이 행성들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성 당시 물을 보존하기에는 지나치게 뜨거운 상태였다. 과학자들은 좀 더 먼 곳으로 눈을 돌려 물의 기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9억 년 전 지구와 화석에 큰 암석들이 떨어졌던 후기 운석 대충돌기(LHBLate Heavy Bombardment)에 물이 지구로 유입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구가 점차 식어가던 그 시기에, 태양계의 바깥으로부터 물을 품은 운석들이 지구에 떨어져서 거대한 홈을 파고 호수를 이뤘을 가능성을 고려했다. 그리고 그 정체가 얼음, 먼지, 돌과 가스로 이루어진 혜성일 거라는 확신을 갖고 조사를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헬리Halley, 햐쿠타케Hyakutake, 헤일밥Hale-Bopp 등의 혜성에서 증발되는 기체의 성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그것이 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혜성의 물속에 함유된 중수소 대 수소 비율은 3배나 높았다. 혜성의 물이 지구의 물과 질량, 밀도, 녹는점, 끓는점이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이 사실은 혜성과 지구의 물이 서로 다른 기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후 과학자들이 눈을 돌린 것은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주로 위치하는 소행성들이었다. 이전까지는 태양과의 거리 때문에 소행성이 물을 지녔을 가능성을 배제해왔지만 2009년에 NASA가 적외선망원경으로 소행성 24 테미스24Themis에 물얼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야기는 달라졌다. 24 테미스의 표면은 얼음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으며 거기서 유기화합물도 검출되었다. 이로써 현재는 지구의 물이 지구 외부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지구가 생성됐을 당시 이미 지구에 물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물의 기원에 관한 가장 오래된 가설은 19세기 말에 등장한 지구 내부 발생설이다. 지구 내부 발생설에 따르면 오랜 시간 화산이 활동하면서 암석 속에 있던 수분이 빠져나와 기화하면서 대기의 수증기를 이뤘고, 시간이 흐르면서 뜨거웠던 지구의 온도가 낮아지고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빗물이 모여 바다가 되었다는 이들의 설명은 20세기 말 등장한 우주 유입설에 의해 밀려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연구로 드러난 몇 가지 사실을 감안하면 내부 발생설을 또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근래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아폴로호가 달에서 채취한 암석을 분석한 결과 수소와 수소동위원소의 비율이 지구의 물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45억 년 전, 갓 생성된 지구가 거대한 운석과 충돌하며 떨어져 나온 파편이 달이라는 설을 전제로 했을 때 이들의 주장은 더욱 신빙성을 얻는다. 달에 물의 흔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것의 모체였던 지구에도 물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