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Why so Blue?

명화 속 바다를 항해하다

에디터. 양유진 / 자료제공. 오후의서재

“산이야, 바다야?” 고전적인 질문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만큼 고르기 어렵지만, 나는 대부분 바다를 선택했다. 오랜 시간 힘들여 올라가는 산도 좋지만, 도착만 하면 빛나는 제 속을 훤히 보여주는 바다는 또 다른 시원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가도, 아무 준비 없이 벼락치기로 가도 괜찮을 것 같은 자유로움이 있다. 수영이나 서핑을하며 역동적으로 파도를 누빌 수도 있고, 그저 곁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져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우리 곁에 가까이 머물며,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 바다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8명의 화가가 바다를 그린 그림을 소개한 『화가가 사랑한 바다』는 바다를 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다채롭게 담아냈다. 미술계의 유명한 스토리텔러로서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 〈유퀴즈 온 더 블록〉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과 소통해 온 저자는 각각의 화가에게 매 순간 바다가 다르게 비쳤음에 주목하여 그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설명한다.
바다가 보여주는 순간의 인상을 영원히 남긴 화가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를 꼽을 수 있다. 빛으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빠르게 포착하는 인상파 화가였던 그에게, 물은 빛을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소재였다. 모네는 바다에 비친 하늘과 햇빛, 일렁이는 잔물결을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모네는 특히 조국 앙티브와 푸르빌의 바다를 즐겨 그렸고, (라실리에서 본 앙티브) (앙티브) (푸르빌 절벽 위의 산책) (푸르빌의 절벽 끝) (푸르빌의 석양)〉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또 다른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1877-1953)의 바다는 화려하고 강렬하다. 미술학교에 다니며 예술적 방향을 잡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야수파를 대표하는 화가앙리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의 작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마티스의 강렬한 원색과 굵은 윤곽선은 뒤피의 환하고 역동적인 그림체에 영향을 주었다.
프랑스의 항구도시 르아브르(Le Havre)에서 태어난 뒤피는 자연스럽게 바다를 화폭에 담았다. 뒤피는 요트 경기를 주제로도 다양한 그림을 남겼는데, 푸른 하늘아래 둥실둥실 떠 있는 요트와 활기찬 하루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화가가 사랑한 바다』는 ‘바다’라는 하나의 주제로 에드워드 호퍼, 에드바르 뭉크,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쇠라 등 거장 18명의 삶과 작품을 설명한다. 영화배우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는 “신이 얼마나 재능 있는지 잊을 때, 나는 바다를 본다”고 말했다. 화가의 재능을 단숨에 알 수 있는 방법 역시 그가 그린 바다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감의 대상이었고, 삶의 터전이자 휴식처로 화폭에 담긴 바다는 화가의 생애와 성격, 미술에 대한 태도를 모두 보여주는 훌륭한 소재다. 집 안 의자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편안한 자세로 저명한 화가들이 그린 바다를 감상해 보자. 고화질 도판과 그 사이사이 들어간 바다와 예술에 대한 명언, 저자의 섬세한 해설은 그림 속 넘실대는 물결이 책장을 넘어오는 듯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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