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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코비치? 말코비치!

에디터. 전지윤 사진. 산드로 밀러 © Sandro Miller

여우처럼 가늘게 정리한 눈썹, 위를 올려보는 큰 눈망울, 그 위로 마스카라를 두껍게 발라 말아 올린 속눈썹은 마치 왕관 같다. 애처롭게 눈을 굴려 만든 눈물 자국은 과장된 연기일 뿐, 진짜 슬픔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으로 알려져 있던 만 레이Man Ray의 작품 〈유리 눈물〉(1930)을 묘사해 보았다. 그의 작품은 지극히 연출한 상황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를 탐색하게 만든다. 이후 산드로 밀러Sandro Miller와 존 말코비치John Malkovich가 이를 오마주한 작품은 원작과는 그결이 완벽히 다르다고 감히 말하겠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르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그 어떤 렌즈와 조명, 화려한 기술로도 말코비치의 눈동자가 지닌 깊이는 숨겨지지 않는다. 말코비치의 유리 눈물은 볼록렌즈처럼 그의 감정에 더욱더 깊게 몰입하게 만든다.
밀러와 말코비치의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 올해 출간되었다. 어빙 펜Irving Penn의 작품을 처음 접한 열여섯 살의 산드로 밀러는 사진작가의 꿈을 키우게 된다. 밀러는 동시대 예술가들 이 출판한 책들에 의존하며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그들의 작품 구성과 조명 활용법 등을 빠짐없이 익혔고, 이는 그가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가는 데 있어서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밀러는 자신에게 영감을 안겨준 20세기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작품을 재창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흔한 개의 작품, 그 넓은 스펙트럼 속 인물들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은 명배우인 존 말코비치에게도 엄청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말코비치는 이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는 저널리스트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늘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번이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인슈타인과 앤디 워홀 사진은 말코비치인 줄 몰랐다. 너무 닮은 나머지 당연히 아인슈타인과 앤디 워홀이라 여겼다. 그런데 몇몇 사진은 눈길을 잡아 끌면서 묘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몇 번이고 페이지를 되돌려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놀이는, 이름하여 ‘말코비치 찾기’. 웃음과 감탄, 탄성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게 만드는 이 철없는 놀이는 밀러의 뛰어난 연출력과 말코비치의 소름끼치는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두 번째 놀이는 ‘말코비치의 눈 바라보기’. 원작의 인물과 말코비치의 눈빛에 주목하는 것으로, 매우 천천히 인물의 눈빛과 주름, 그림자를 살펴야 한다. 눈알이 빠지도록 두 작품을 오가다보면 비로소 말코비치만의 해석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의 60대 말코비치는 사진 속에서 어린아이부터 어머니, 청소부, 10대 스타, 여배우까지 넘나들며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낸다.
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두고 앤트워프 Gallery51의 관계자는 ‘카멜레온과 같은 말코비치의 퍼포먼스’라 표현하며 그 작품성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산드로 밀러는 2년여에 걸쳐 조 명, 배경, 의상 연구와 같은 기술적 부분에 대한 이해를 철저히 기울였다. 작품 제작 방식과 액자 종류, 인화지 크기 등 원작과 동일하거나 거의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여기에 작품에 대한 감정적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해당 작가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단언컨대, 밀러와 말코비치의 컬래버레이션은 후세에게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 되는 마스터피스로 남을 것이다.
January21_Inside-Chaeg_01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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