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디자인, 모션, 인터랙션, 인터랙티브 디벨로퍼 김종민
에디터: 유대란, 사진 제공: 김종민
인터랙티브 디벨로핑. 용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과 매우 가까이 있다. 매일 보는 포털 사이트 및 검색엔진, 휴대폰에 깔린 수십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그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터랙티브 디벨로핑은 그런 것들이 시각적으로 비칠 모습, 움직임, 사용자의 요구와 반응 등을 고려해서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하고 구현해내는 일이다. 『인터랙티브 디벨로퍼, 구글 엔지니어의 포트폴리오』는 이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은 디벨로퍼 김종민의 성장담과 아이디어, 그리고 그간의 작업을 담은 책이다. 현재 구글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낯설지만 우리 삶에서 중요하고, 앞으로 더 중요해질 인터랙티브 디벨로핑 분야를 엿봤다.
올해로 이 분야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작년에 10주년을 기념해서 뭔가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지난 10년을 아우르는 그런 프로젝트를 말이죠. 그때 든 생각이 저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어요.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그동안의 일들을 에세이로 출판하는 것이 저의 10년을 가장 잘 표현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어요. 굳이 표지를 직접 디자인한 것도 단순한 책이라기보단 또 다른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에서였고요. 또 다른 이유는 시간이 지났을 때 제 딸에게 이 책을 통해 아빠가 어떻게 일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노력을 하며 20대와 30대를 살았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타임캡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이라는 매체는 과거의 느낌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더 빛을 발할 거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제 이야기를 블로그나 인터넷에 쓰지 않고 굳이 책으로 발간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는 이 책이 타임머신 같은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한창 고민이 많았던 20대 초중반으로 갈 수 있다면, 혹은 반대로 20대의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의 저를 본다면, 원하는 일을 하고 인정받고 가정을 이루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아, 내가 지금 하는 노력이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고 안심할 수 있잖아요. 타임머신이 없어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만, 저랑 비슷한 길을 가고자 하는 분들에겐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지금 하는 노력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니 자신을 믿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라고요. 즉, 이 책은 저의 프로젝트이자 타임캡슐이자 타임머신이 되는 거죠.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는 ‘UX 엔지니어’와 다른 개념인지요?
IT 분야의 직종은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는 경우도 많고 회사마다 같은 직종을 다르게 부르기도 해서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힘들어요. 책에서 사용한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라는 개념은 개발자지만 사용자의 반응, 애니메이션, UX(User Experience)* 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개발하는 직종을 뜻하고 있어요. 단순하게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로 나누지 않고 디자인 감각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더해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의 질을 높여주는 작업이죠. 예를 들어 웹사이트를 개발해야 한다면 A라는 화면에서 B라는 화면으로 이동할 때 어울리는 애니메이션을 고민한다든지, 사용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화면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면 좋을지 연구한다든지 하는 거죠. 여기엔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front end developer)**의 영역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를 구글에선 UX 엔지니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랑 같은 개념이고 하는 일도 비슷해요. 책의 제목을 굳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로 정한 것은 저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웹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개발 쪽도 관심이 생겼는데 해보니까 둘 다 재미있더라고요. 나중엔 개발 쪽 일을 더 많이 하게 됐는데 문득 내가 이 분야의 진짜가 되기 위해선 나만의 내공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개발언어를 잘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개발언어를 사용해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드물었거든요. 또한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은 끊임없이 변할 테니 한 가지 개발언어에만 종속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언어를 열심히 공부한 개발자가 되기보단 앞서 말한 인터랙티브 디벨로퍼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디자인 공부도 많이 했고 개발도 언어에 치중하기보단 알고리즘을 짜는 능력이나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했고요. 또 예전의 저는 모션감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나 영화를 많이 보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데 지금 원하는 곳에서 만족하면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