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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6

‘동시대’라는 불편함

Editor. 이수언

『래디컬 뮤지엄』 클레어 비숍 지음
현실문화

한때는 디자인 전공자의 사명인 양 미술관에 자주 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큰마음 먹지 않고는 미술관에 가지 않게 되었다. ‘힙’ 하고 ‘핫’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에서일까. 온전히 나의 고까운 마음에서 비롯된 편견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그러던 중 여섯 번째 주머니 속 책을 만나게 되었다. 가로 11.5cm, 세로 18.3cm로 아담하고 얇아 한 손에 꼭 잡히는 크기의 『래디컬 뮤지엄』이다. 이 책은 비평가이자 미술사학자인 클레어 비숍이 동시대 미술관에서 작용하는 ‘동시대’의 의미를 물으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오늘날 미술관은 “이미지의 층위, 즉 새로운 것, 쿨한 것, 사진 찍기 좋은 것, 잘 디자인된 것, 경제적으로 성공적인 것의 층위에서 동시대성이 상연되고 있다는 느낌이다”라고 전한다. 즉 관객들은 작품에 집중하는 대신 여가와 오락이라는 트렌디한 감성만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미술관은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지만, 저자는 동시대 예술을 움직이는 힘은 더 실험적이고 현실의 가치를 반영하는 예술 작품의 구축과 전시 방향에 있다고 말한다. 내 비뚤어진 마음은 그대로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예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누리는 힙스터가 될 수 없어서 시기하는 마음인지, 또는 미술관에서 내세우는 유행 같은 풍경에 대한 반감인지는 냉철하게 따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