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 Scince 책 속 이야기 과학

도시, 사람 그리고 나무

에디터: 박소정
자료제공: 마음산책
사진: ⓒ 고규홍

낮은 지붕들 사이로 우뚝 솟은 나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만남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 아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게 없었고, 고개를 한껏 꺾어 나뭇잎 사이로 찰랑이는 햇살을 구경하는 것도 그 시절을 풍족히 채우는 하나였다. 세월이 흐르고 개발의 파도가 동네를 한 차례 휩쓸었다. 건물의 층수가 경쟁이라도 하듯 올라갈 때에도 나무는 굳건히 제 자리를 지켜냈다. 시간이 흐르고 그의 존재는 점점 우리에게서 희미해져갔다. 익숙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도시의 화려함 때문이었을까? 늘 곁에서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던 나무가 품어온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바라만 보아도 숨통이 탁 트이는 초록빛 숲은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활기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한다. 잠수라도 하듯 눈을 감고 코를 막고 고층 빌딩들로 들어찬 콘크리트 세상에서 살던 이들이, 산과 들로 나와 참아왔던 숨을 몰아 내쉬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아주 오래전부터 맑은 공기, 시원한 그늘, 기분 좋은 여유를 내어주는 나무들이 존재했다. 주택가, 아파트 단지, 빽빽한 빌딩, 대로변 등 우리가 발 딛는 곳 어디에나 있지만 공기처럼 당연해 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나무들이 있다. 초고속으로 성장해가는 도시의 곳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자연의 흐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초록의 생명과 더불어 살지 않고 가능한 생명은 이 땅에 없다”고 말하는 나무전문가 고규홍은 『도시의 나무 산책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도시에 사는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시살이에 지쳐 겨우 매년 행사를 치르듯 마주하는 벚꽃나무나 단풍나무 외에도 서울에는 이름도 낯선 다양한 초록빛 식물들이 있다. 저자는 도시는 어쩌면 산과 들, 농촌이나 산촌 같은 시골마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전한다. 시골에서는 자생하는 식물을 위주로 식생이 꾸려진다면, 도시는 자생하는 식물들을 헤치고 이루어진 곳이기에 새롭게 들여온 다양한 생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시골에서보다 자연스러움이 떨어질 테지만 제 나름대로 도시의 건물들과 어우러져 성장하는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고 익숙한 도시의 풍경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