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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5
도미노
Editor. 유대란
뒤늦게 『도미노』를 알게 된 건 개인적인 축복이자 재앙이었다. 현실 꼬락서니가 지겹고, 무기력한 자신은 더 지겨워서 뇌까리는 그런 종류의 독립잡지도 싫었고, 그렇다고 시대에 철저히 무심하면서 자기 답습적으로 소소한 일상을 찬미하거나 이국적인 이미지들을 나열하는, 거기에 만듦새만은 참 쌈빡한 그런 자폐적 출판물이 지겨워진 그때 알게 된 『도미노』. 신선했다. 되면 되고 안 되면 마는 많은 비정기 간행물 특유의 나태함도 달갑지 않았던 터라 의심의 눈초리로 훑어본 것도 사실이지만, 『도미노』는 이미 7호가 나온 성실한 잡지다. 축복이자 재앙이라고 표현한 것은 만듦새도 불친절하고 명확한 테마도 없는 이 잡지가 결코 읽기 편한 잡지가 아닌 데 비해 글은 터무니없이 좋아서다.
‘넓은 의미의 문화적 이슈’를 다룬다는 것 외에는 뭐라고 정의하기 어렵고 한 호에 실린 텍스트의 주제와 형식도 다양하다. 7호에는 ‘미국이 싫어서’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페미니즘’ ‘유부게이의 역습’ ‘우리가 곤충이었을 때’ ‘IS라는 블랙박스’ ‘영화잡담’ 등이 실렸다. 이 역시 지나친 단순화가 아닌가 우려되지만 여러 주제를 아우르는 건 태도에 있는 듯하다. 『도미노』는 어떤 주제가 단순히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혹은 현안이기 때문에 다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자유롭다. 그보다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직간접적으로 불편함을 유발하거나 그것이 수용되는 행태에서 특이점을 직접 발견했을 때 날카로운 촉을 세우고 그 과정과 이면을 종합적으로 파고든다. 그러다 보니 텍스트와 레퍼런스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레퍼런스가 풍부한 것이 좋은 글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도미노』의 경우엔 그렇다. 긴 글에 포비아가 있는 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