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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동네책방들

에디터. 서예람

경북 대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무더운 여름과 옛 경공업 지역, 혹은 정치적 견해 정도로만 이 도시를 아는 당신을 위해 이 기사를 준비했다. 대구는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도시재생 사업 같은 시도들도 꾸준히 있는 데다가 지역 인디 씬도 활발하고, 예술대학도 다수 모여 있는 도시다. 진정한 의미의 ‘동네’ 책방이 도시 이곳저 곳에서 사부작거리며 뭔가를 하기도 한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공간을 채우고 있는, 주인장들의 손때와 주민들의 애정을 담뿍 받는 대구의 책방들을 소개한다.
진책방
올해 문을 연 진책방은 대구 수성구의 주택가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재래시장 근처에 있기 때문에 젊은 청년들보다는 학부모와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다. 책을 통해 지역주민들을 모으고 소통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이곳의 책방지기가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환경이다. 환경에 경각심을 가지고 자연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이웃들이 모이는 이 책방에서는 면 마스크 만들기나 보자기 재활용 등의 워크숍과 독서모임도 진행된다. 이야기 소리와 글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서점은 이웃들이 격의 없이 찾아오는 공간, 자꾸 찾아와도 좋은 공간이다.
차방책방
책과 따뜻한 차는 포기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차방책방을 운영하는 두 자매는 서로의 취향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느리지만 꾸준히 이곳을 이어가고 있다. 책방에서는 다양한 한국 현대문학 단행본과 독립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다. 책방 안쪽에 있는 카페 공간에서는 커피는 물론이고 주인장이 직접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든 수제청 차를 즐길 수 있다. 2016년 문을 연 차방책방은 2018년에 지금의 대구 종로와 북성로 사이에 터를 잡았다. 각자의 속도와 호흡으로 낭독하는 시 낭독모임 ‘낮은 밤의 시’와 늦은 밤 책방에서 음악과 책을 즐길 수 있는 ‘새벽에 책방, 얼마나 좋게요’와 같은 프로그램도 눈여겨보자. 차분한 나무색으로 채워진 책방에 한 번 와보면 꼭 다시 가보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책방이층
이층이라는 이름을 듣고 계단에 오를 것을 각오하겠지만, 사실 책방이층은 일층에 있다. 서점지기가 어릴 때 살던 이층집이 있던 동네에 위치해 있어서 책방 이름에는 이층을 붙였다. 문학,
비문학, 그림책 등 장르 불문 다양한 단행본과 대구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독립출판물로 가득한 이곳의 서점지기는 들여오는 책을 고르는 데에 공을 많이 들인다. 선별 기준은 무엇보다도, 손님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2015년에 문을 연 책방이층은 동네책방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지역의 여러 창작 주체나 공간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창 손님이 뜸했을 때는 대구의 다른 책방들과 함께 ‘그래도 책은 팔아야 하니까 #그책 패키지’라는 큐레이션 책 판매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크지 않은 공간이나, 작은 동네책방이 할 수 있는 것을 혼자서, 그리고 대구의 다른 책방들과 함께 시도해 나가고 있다. 저자나 편집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도 자주 기획되니, 인스타그램 계정을 반드시 확인하고 방문하자.
책빵고스란히
단독주택으로 가득한 주거지역이었던 동인-삼덕 생태문화 골목길,확실하고 고운 그 색깔을 자랑하는 책방이 있다. 책빵고스란히는 이름처럼 빵과 책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두 주인장의 취향을 마음껏 펼쳐낸 이 공간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빵과 비거니즘, 제로웨이스트 등 환경 관련 분야 책들로 가득하다.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고 지구에 더 좋은 방식의 삶을 고민하는 이곳에서는 일회용품을 찾을 수 없다. 최근에는 ‘1,2,3 참여 잇기 – 하나뿐인 지구를 이롭게 하는 세 권 책 읽기’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환경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저자나 전문가 강의를 듣는 알찬 프로그램이다. 지구와 공존하는 삶,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 책‘빵’은 먹는 일과 책을 읽는 일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이바지하려는, 작지만 큰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사과서점
루터가 했는지, 스피노자가 했는지 모를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다. 사과서점 주인장은 문명의 총체인 책과 씨앗을 지닌 사과는 지구 멸망에도 살아남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엉뚱한 초보 서점지기다. 올해 문을 연 사과서점은 독립출판물과 다양한 단행본, 몇 가지 그림책과 엽서 등의 굿즈가 있는 서점이다. 대구 봉산동 언덕을 한참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사과서점 곳곳에는 주인장과 그의 친구들의 손길이 닿아있다. 봉산문화거리나 김광석거리, 방천시장과 그리 멀지 않은 어느 골목의 끄트머리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과서점. 터 잡은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오래 보고 싶은 귀엽고 따뜻한 동네책방이다.
굿브랜딩북스
굿브랜딩북스는 대구 삼덕동에 위치한 큐레이션 서점이다. 줄 서는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골목에서 3년 동안 동네서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브랜딩전문회사 ‘goodbranding’에서 운
영하는 공간이다. 브랜딩과 디자인 관련 단행본을 중심으로 퍼스널 브랜딩, 지역 브랜딩, 일과 삶의 균형감과 같은 카테고리에 따른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찬찬히 이곳을 살피다 보면 자신과
닮은 책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어떤 책을 고를지 모르겠다면 책에 끼워진 종이를 참고하자. 이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과 추천하는 이유가 보물찾기 단서처럼 들어있다. 대구에서 작은 사업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나 저자 북 토크와 같은 행사도 많이 진행되니, 관심 있는 분야라면 이곳의 일정을 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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