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우리 삶에 끼친 변화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모습의 생활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내키지 않던 만남이나 모임이 사라졌고, 꼭 필요한 곳에만 방문하고, 꼭 필요한 사람만 만난다. 예의상 참석해야 했던, 어쩌면 참석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 여겨지던 자리와,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 등의 행사는 생략해도 더 이상 무례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들만 머릿속에 둔다. 어찌 보면 이것은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동안 불필요한 만남과 행사가 너무도 많았고, 거기 신경쓰느라 가장 중요한 가족을 등한시했던 면도 있었으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듯, 그러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엄마와의 물리적 거리 또한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잊고 지냈지만 항상 마음속에 있던 우주에 한 발짝, 더 다가서본다.
사진작가 안젤리카 콜린Angelika Kollin은 지난해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전면적으로 폐쇄됐을 때 ‘You are My Mother(당신은 나의 엄마입니다)’ 시리즈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엄마와 제법 자란 아들딸 사이의 아름답고 감정적인 화해를 기록하고자 했다. 그는 우선 어머니와 자식과의 관계, 즉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개념을 살피면서 이것이 가족 생활은 물론 타인과의 연결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탐지한다. 엄마의 손을 놓치면 세상에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여기던 시간, 엄마와의 포옹과 장난이 매우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엄마와의 신체 접촉을 불편해한다. 그와의 물리적 거리가 아주 멀어진 우리는 아무 조건 없는 포옹이 담긴 사진들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고 만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는 획기적인 발견이나 신비로운 비밀을 지닌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엄마와 자녀 사이의 접촉, 서로 포옹하고 어깨를 감싸고, 손을 잡아주는 행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시대에 그러한 접촉이 지금껏 우리를 어떻게 형성해왔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유도한다. 우리는 엄마 품에 머물며 엄마라는 우주를 느끼고 안도하곤 했다. 이제는 엄마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엄마의 호흡을 잊은 지 오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