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눌러볼까, 말까?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북극곰

남의 집 대문에 달린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일인데 그때는 그 장난이 무척 재미있었다.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그 집이 보이는 곳에 숨어 집주인이 나와 당황해하거나 화내는 모습을 보며 깔깔 웃고는 했다. 지금은 골목을 뛰어다녀야 하는 아이들이 학원으로 가상세계로 모습을 감춰버려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의 호통을 듣기 힘들지만, 아직도 초인종을 보면 누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삶이 꼭 퍽퍽한 스콘을 먹는 것 같아서, 벨을 누르는 상상만으로도 따뜻한 우유 한 잔 얻은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단추』 역시 그러한 생각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우리에게는 웃음이 절실하고 코미디가 필요하니까.

누르면 행복해지는 단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최근에 아이와 나는 회색빛의 천을 천장에 달고 종이상자로 이틀에 걸쳐 인형들을 위한 집을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전구를 둘러 불을 켜 두니 제법 근사하고, 사촌들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도 사랑스럽다. 별것도 아닌데 즐거움이 더 크고 오래 가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무엇인가 함께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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