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너의 첫 오케스트라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북뱅크

대부분의 클래식 콘서트에서는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는 연주회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내 딸이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콘서트에 갔을 때, 얼마나 즐거워하고, 얼마나 기뻐했는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광스럽고도 가슴 벅찬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 좋은 연주회를 골라 꼭 가 보기를 바랍니다. 틀림없이 여러분에게도 아름다운 하모니가 쏟아져 내릴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연주회의 문은 언제나 여러분을 위해 열려 있습니다. 초대합니다!
첫 오케스트라에.”_「작가의 말」 중에서

어서 와, 공연은 처음이지?
벌써 6~7년 전의 이야기다. 두 돌이 지난 기념으로 아이와 동요콘서트 〈구름빵〉을 보러 갔다. 만 24개월이 넘으면 입장이 가능한 유아동을 위한 공연이었기에 우리 아이가 소리에 예민하다는 사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공연장에 불이 꺼지고, 무대에 환하게 불이 켜지며 배우들의 노래로 막이 올랐다. 그 순간 아이는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공연에 방해되지 않으려 부리나케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오느라 혼비백산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공연장은 대표적인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유아동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다른 고객들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이에 대해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어 격돌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노키즈존과 같은 제제는 부모나 보호자가 아이들에게 ‘공공장소 매너’ 교육을 소홀히 한 탓이 크다는 생각이다.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과 멋진 공연을 준비한 모든 이들에게 아이가 끼칠 피해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나의 안일한 태도는 분명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음악회 관람에 있어 적당한 나이가 언제인지 정답은 없다. 아이와의 첫 공연 관람에 실패한 이후 남편과 나는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도와주되 무대, 스피커, 조명이라는 낯선 환경이 만들어내는 공포심이 사실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이전보다 음악에 더 자주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집안에서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틀어 놓았다. 가끔씩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공연도 보여주니 자연스레 아이의 관심도 높아졌다. 어린 자녀와 공연 관람하는 법을 다루는 다양한 매체의 글도 찾아 읽어보며 함께 고민했다. 대개 콘서트홀이나 극장, 지자체 웹사이트 등에서 손쉽게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공연 예절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때로는 관련 예절교육 강의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 유용했다. 『나의 첫 오케스트라』의 ‘미미’처럼, 우리 아이도 음악의 신비로움에 놀라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 흐뭇했다.
눈으로 보는 음악
모든 어린이들을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초대하는 이 책의 저자사도 유타카는 실제로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모습을 사진과 공연 실황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 나는 이 책을 펼친 뒤 곧 미미 아빠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큰 키에 약간 구부정히 말린 어깨, 조금 덥수룩해 보일 만한 머리, 아래로 살짝 내려온 눈매에 다문 입까지. 어쩜 이렇게 사도 유타카의 모습을 잘 잡아냈을까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을 확인하는데, 한 번 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타 고시로! 그가 그린 책 『흔들흔들 다리에서』 『눈 내리는 하굣길』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서둘러 불러냈다.
우리 아이는 주인공들이 유쾌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타 고시로의 그림체를 무척 좋아한다. 아니나 다를까, 1장에서 4장까지의 전개에 따라 미묘한 변화에서부터 폭풍같이 몰아치는 강렬한 감정까지 수많은 악기가 하나의 음악으로 수려한 화음을 만들어내는 연주를 하타 고시로는 완벽하게 그림으로 시각화했다. 오케스트라가 교향곡을 완주하는 동안 한 번도 지루해하지 않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첫 오케스트라를 경험했을 때 미미가 느낀 환희를 모든 아이들이 가지지는 못한다. 눈으로 보이는 그림만으로도 교향곡의 마법에 휩싸인 미미의 감정을 표현해낸 일러스트레이션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첫 베토벤 교향곡 9번
사도 유타카는 자신의 신장만큼이나 큰 스케일의 움직임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섬세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각 파트의 주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교감하는 모습에 더 놀라게 된다. 클래식 음악 전문 포털사이트 바흐트랙Bachtrack의 설립자 데이비드 칼린David Karlin은 “오케스트라가 정밀한 호흡으로 연주하고 역동적 디테일에 대한 반응”하는 것으로써 사도 유타카의 “협력의 귀재로서 면모”를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가 하모니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이 책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라는 건 많은 연주자들의 화합이라고 할 수 있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거니까.(…) 아빠가 맡은 일은 그 모두를 아우르는 역할이야. 지휘봉으로 모든 단원의 기분과 많은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이끄는 일이지.”
『나의 첫 오케스트라』를 한 번 읽었다면 베토벤 교향곡 9번의 각 악장 부분이라도 아이와 함께 들으며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사도 유타카의 협연으로 도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은 상당히 수준 높은 연주와 해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므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 첫 베토벤 교향곡 9번은 경험이 된다. 특히 음악을 들으며 책을 두 번, 세 번 읽으면 나름대로 음악의 맛을 느끼고, 미미가 연주를 들었을 때 처음 느낀 벅찬 감동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공감할 수 있으리라. 함께 읽는 어른도 베토벤의 교향곡을 해설이 있는 콘서트처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
“‘연주회에 가서 마법에 걸려 보고 싶다.’ 미미는 생각했어요. (…)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객석의 모두가 하나가 되어 힘이 솟는, 용기가 솟는, 최고의 음악에 휩싸였어요. 하나의 음악에 모두가 몸을 맡기는 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요. 같은 노래를 모두 함께 부르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쏘아 올린 불꽃이 터지는 것처럼 마지막 음이 솟구쳐 올랐어요.”

November20_TailofTales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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