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으면 으레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초대 장소로 향하곤 한다. 예전에는 레드인지 화이트인지, 어느 나라산 와인인지를 논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내추럴 와인인지 아닌지를 자주 논하곤 한다. 입맛에 잘 맞지도 않고 대체적으로 시고 싱거운 느낌이 들었던 초기 내추럴 와인에 비해 요즘 마시는 내추럴 와인은 일반 와인과 혼동할 정도로 바디감이 풍부하고 맛의 균형감도 꽤 안정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량 생산품이라 가격이 비싼 내추럴 와인을 가져가면 친구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유기농 와인과 내추럴 와인의 차이가 뭐야?” 그냥 친환경적인 와인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누구 하나 정확하게 내추럴 와인의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다.
사실 와인의 원류는 내추럴 와인에서 시작했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자란 포도를 인공 첨가물 없이 와인으로 발효시켰던 것이 유럽의 첫 와인이었다. 현대의 관행 농법과는 달리 과거의 농사가 자연재배 농법으로 이룬 순수한 수확을 의미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료인 와인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보험이 필요했을터. 소비자들의 재구매와 맞물려 최대한 많은 양의 수확을 목적으로 산업화가 되다 보니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물질들이 와인에 첨가되기 시작했다. 내추럴 와인으로 취한 다음날엔 숙취가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두말할 것 없이 인공 감미료나 발효제가 첨가되지 않은 내추럴 와인을 선택하는 게 좋다.
지난 몇 년 동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와인’을 선호하게 되면서 비교적 덜 산업적인 와인의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내추럴 와인(Le Vin au Naturel)』의 저자 프랑수아 모렐François Morel은 거대한 양조 산업이 만들어내는 포도주와 천연 포도주 간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와인 전문가이자 저명한 작가인 그는 30년간 쌓은 와인 제조 경험을 공유하며 유명한 와인 재배자들로부터 통찰력 있는 증언을 수집했고, 뿌리와 포도의 품종, 토양 간의 연결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는 토양에게만이 아니라 소 비자에게도 무례한 기존의 산업 중심적인 포도재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저자는 생태계의 안전을 위해 포도나무와 제조공정을 조정하기로 선택한 와인 업자들의 새로운 전통을 보여준다. 오늘날 사용되는 와인 용어들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 모두의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이 책은 와인 전문가들끼리도 팽팽한 의견 차이가 있고 일반 대중도 혼란스러워하는 유기농 와인, 자연재배 와인, 내추럴 와인 개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세 종류의 와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