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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6

나는 자연인이다

Editor. 이수언

『나무 나들이 도감』 임경빈 외 2명 지음
이제호·손경희 그림
보리

작년 여름 숲 공부를 하던 친구와 함께 계곡에 간 적이 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산모기가 참 많았다. 올라가던 도중 친구는 잠시 기다리라며 돌연 사라졌고 이내 작고 얇은 잎사귀 몇 장을 들고 돌아왔다.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가진 잎이라며 잎사귀를 물로 적신 뒤 얼굴이나 팔뚝, 종아리에 붙이면 된다고 했다. 그 순간 친구 뒤에 후광이 비치더니 참 멋져 보였다. 자연의 지혜를 배운 인간의 참된 모습 같았다.
우리나라에 사는 나무 118종을 직접 관찰하여 세밀화로 담은 『나무 나들이 도감』은 도심에 사는 우리도 가끔 자연인이 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한 손에 잡히는 이 책은 가벼이 덧대어 입은 후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1장에는 나무를 잎 모양, 꽃 색깔, 열매 색깔에 따라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그림으로 찾아보기’가 실렸다. 산책 중 발견한 나무를 그림으로 찾은 뒤 해당 페이지로 가서 나무 생김새와 모습, 이름 유래, 쓰임 등을 보는 것은 왠지 탐정이 된 것 같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있다. 현관 근처에 책을 두고 마실 나갈 때나 소풍 갈 때 챙겨간다. 걸어가다 소나무가 문득 보이면 ‘소나뭇과’ 장을 펼쳐 가문비나무와 낙엽송의 차이를 비교해본다. 광복 후 산에 나무가 없을 때 많이 심었다는 리기다소나무를 찾다 보면 어느새 봄이 끝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