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관계’의 가능성,
소설가 방현희
에디터: 박소정
사진 제공: 김종우
남들이 한창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딜 무렵 주인공 형진은 아픈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야속한 운명은 5년이란 긴 세월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데려갔다. 그는 그제야 자신에게 남겨진 것이라곤 텅 빈 집과 어머니를 돌보며 기른 요리 솜씨밖에 없다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가 ‘집밥 먹는 셰어하우스’를 생각해낸 건 여러모로 최선의 방안이었다. 그리하여 나이만 비슷할 뿐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른 남자 셋과 여자 둘이 그의 집에 들어오게 됐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불운과 친해지는 법』은 그들 사이에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그 속에서 서로 과거와 아픔 때로는 꿈 그 이상의 것을 나누며 새롭게 그려지는 가족의 모습이 흥미롭다.
셰어하우스를 배경으로 쓰신 이유가 있으세요?
과거에 비해 혼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게 된 것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살다 되면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거나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죠. 그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런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자유로움 이면에는 외로움이나 두려움이 따르기도 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부터 결핍될 수도 있잖아요. 셰어하우스는 이런 딜레마에서 자유로운 공간인 것 같아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각자의 삶을 사니까요. 자료조사를 하면서 북유럽 셰어하우스도 조사했는데, 아이가 있는 부부나 노인이 함께 살며 위급할 때 서로 도와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더라고요. 최근 서울시에서 성북동에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셰어하우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살펴봤는데, 이런 프로젝트가 꽤 발전할 여지가 많고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셰어하우스를 배경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대표 격인 인물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봤어요.
소설 속 주인공이 처음부터 불운해 보이는 사건을 연속해서 맞이하는데, 당황해서 이게 불운인지 행운인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런 일은 소설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숱하게 벌어지죠. 보통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사건이 일어나는데 여기엔 행운과 불운이 생길 가능성 모두를 담고 있잖아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불운과 행운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는 사람의 운명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때 아시아필름마켓이 함께 열리는데 여기에 ‘북투필름’이라고 영화화될 만한 소설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어요. 매년 10개의 소설 작품이 소개되는데, 이번에 제 소설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영화로 제작될지는 나중 문제지만, 일단 제 작품을 더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지나간 것이나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변화나 흐름에 흥미를 느끼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에요. 특히 새로운 인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가족과 일, 사랑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는 젊은이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결국 청년의 문제가 내 자식의 이야기고 이웃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 소설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복수』를 통해 삼포세대의 사랑 이야기를 썼죠. 이번 신작은 그 미래의 이야기로 청년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서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사는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