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공존에 대한 반성적 사유, 소설가 김숨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인류가 탄생하기 전부터 땅과 자연을 누리던 동물들은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함과 동시에 터전에서 밀려났다. 지금도 우리 삶에 굉장히 가까이 존재하지만 인간은 절대로 그들에게 같은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언제부터 그들의 영역이 인간의 것이 된 걸까. 소설가 김숨의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속 6개의 단편은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과 동물의 기묘한 관계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다. 자신들을 포획하려는 인간의 손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결국 그 삶까지 흔들어놓는 동물들의 모습은 마치 인간의 우월감이 어쩌면 거대한 착각은 아니었는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이번에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와 『당신의 신』을 동시에 내셨어요. 어떻게 두 권을 함께 내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에요. 원래는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한 권만 낼 계획이었는데, 편집자분과 만나서 얘기를 하는 도중에 한 권을 같이 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한 번에 두 권을 내려면 편집자분이 더 힘든 일인데 애를 많이 써주셨죠. 어쨌든 서로 닿아있는 지점도 있지만 다른 소설집이에요. 독자분들이 『당신의 신』을 더 많이 봐주고 계신 것 같다곤 하지만, 그러한 반응은 쓴 저나 만든 분들의 영역을 떠난 일이니까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첫 소설집 『투견』에서부터 최근작『나는 염소가 처음이야』까지, 꾸준히 동물에 대한 사유를 지속해온 계기가 궁금해요.
동물을 정말 좋아해요. 제가 닭도 너무 예뻐하고 사람들이 꺼리는 비둘기도 좋아해요. 그리고 동물이 저에게 주는 영감이 있는 것 같아요. 동물은 글을 쓰기 전부터 동화나 괴담 같은 이야기로 접하곤 하잖아요. 자라나 벌이나 이런 동물들이 글을 쓰는 법을 모를 때부터 제 안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해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다 보니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단 가까이에서 다양한 동물을 접해오기도 했고요.

단편 6편 중에서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를 표제작으로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각각의 작품이 저마다 강한 인상을 풍겨서 고르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원래 제가 원고를 보내면서 이야기했던 표제작은 「자라」였어요. 자라가 저에게 가져다주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자라’ 하면 덩달아 ‘저수지’라는 공간이 떠올라요. 똑같은 물이라도 저수지의 물과 호수의 물, 바다의 물이 다르잖아요. 저수지의 물만이 갖고 있는 기괴한 분위기가 이 소설집 전체를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라」를 표제작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지금의 제목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신 건가요?
소설집을 묶으려고 작품을 모았는데 편집자분이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를 표제작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그 이유들이 굉장히 논리적이고 수긍할만한 것이어서 바꾸게 됐어요. 사실 저는 주로 단순한 제목을 좋아해요. ‘쥐의 탄생’ ‘벌’ ‘자라’ 같은 식으로요.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도 처음 잡지에 발표할 때는 ‘염소해부실습’이었어요. 지금의 제목은 소설 속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예요. 편집자분이 그 대사를 뽑아서 제목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던 거죠. 생각해보니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라는 문장이 뭔가 묘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편집자분의 공이 굉장히 크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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