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공부의 강도를 높여라,
철학자 이진경

에디터: 이희조
사진: 신형덕

믿기 어렵겠지만, 공부를 좋아하다 못해 평생 공부만 해도 좋다는 사람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1980년대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사회구성체 논쟁의 중심에 있었고, 철학 입문서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쓰고, 마르크스, 들뢰즈 등 여러 사상가와 함께 평생을 사유해 온 철학자 이진경도 마찬가지다. 그가 말하는 공부는 몸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과 같다.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지름길도 없고 적당히만 해서는 오히려 피로물질만 쌓일 뿐 근육은 붙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 공부의 강도를 높이는 것.

‘이진경’이 본명이 아닌 줄 몰랐습니다. 여성으로 착각하는 분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가명을 쓰시게 된 건가요?
첫 책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 1987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나왔어요. 노동운동하면서 마르크스주의자 입장에서 쓴 책이어서 책이 나왔을 때 불편한 일들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야 했고, 그래서 가명을 썼죠. 그런데 그 책으로 허명을 얻는 바람에 본명은 잃어버리고 이 이름으로 살게 됐죠.

철학 입문서는 몇 번 읽어봤지만 항상 그 자리를 맴돌 뿐 심화한 철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문학 공부의 폐해예요. 예전에 인문학의 위기라고 할 때는 제가 낸 경제학책도 만 부 넘게 팔리곤 했는데, 인문학 붐이 일고 나서는 쉬운 책만 팔려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쉬운 책은 안 봐도 되는 책이에요. 왜냐면 쉽다는 것은 내 뇌 속에 이미 그것에 대해서 입력된 지식을 처리할 수 있는 뉴런망이 있기 때문이에요. 즉,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는 거죠. 반면에 읽었을 때 ‘무슨 소리지?’ 하고 이해하고 싶을 때, 그때 비로소 없던 뉴런망들이 생겨나고 지적 능력이 생겨나는 거예요. 이때는 실제로 힘이 들고 에너지 소모도 많아요. 그래서 힘드니까 던져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힘들어야지 요가가 되는 것처럼 공부도 힘들어야지 내 것이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입문서만 뱅뱅 돌고 있는데 그래선 아무리 해도 인문학적 사고가 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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