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걸리버와 떠나는 아찔한 모험

에디터: 이희조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명작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에 가는 것이 내용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야기 속에서 걸리버가 다니는 곳은 소인국 이외에도 다양하다. 키가 20m도 넘는 거인들이 사는 나라 브롭딩낵,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 말(馬)이 지배하는 나라 야후 등 끝없이 난파하는 배 덕분에 걸리버는 세상 이곳저곳을 탐험할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자기가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우물 안’에 있었을 땐 몰랐던 인간 세상의 허위와 가식을 깨닫게 된다.

걸리버를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이 항해라면, 현대 인류는 과학 문명의 발전으로 하늘 위를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높은 곳에서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다면, 우리는 걸리버처럼 소인국에 가볼 수 있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인간은 개미보다 작은 존재들이나 마찬가지니까. 이렇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구조물이 있다고 한다. 바로 체코 프라하에 있는 유럽 최대규모의 현대미술관인 DOX Centre for Contemporary Art 옥상에 설치된 ‘걸리버Gulliver’이다. 이 건축물은 하늘 위를 표류하다 건물 사이에 침범한 비행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언뜻 사고 현장처럼 위태롭고 위험해 보이나, 체코 출신 국제건축상 수상자 마르틴 라이니쉬Martin Rajniš가 이끄는 후트 아르키텍트리Huť architektury가 2년의 설계 작업과 1년의 공사를 거쳐 완성한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DOX Centre for Contemporary Art
Poupětova 1, Prague 7, Czechia
www.dox.c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