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책과 마주하는 순간을 그리다
에디터: 박소정
자료제공: 이정호
책은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고요히 책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고 세상에 책과 둘만 남는 순간이 찾아온다. ‘몰입’의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과 소리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 우리는 꿈속에서나 본 듯한 세상을 만나기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또한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뿌듯하고 행복한 감정 속에서 유영하기도 한다.
이정호 일러스트레이터는 말로 표현하기 벅찬 이 찰나를 작품 안에 고스란히 함축해놓았다. 책을 테마로 한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옅은 푸른 톤을 유지하며 책과 자아가 마주하는 순간을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사막에서 저물어가는 햇빛을 마주하는 책, 비행기의 날개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는 책, 할머니의 소녀 시절 모습을 비추는 책의 한 페이지, 차 한 잔과 곁들어 케이크처럼 접시 위에 놓인 책 등 현실보다는 허구의 세계에 가깝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들이 친근하고 따뜻한 매력을 풍긴다.